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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 풍화(風化)
금골산은 진도대교를 건너 읍내 쪽으로 오다 보면 우뚝 솟아 있어 한눈에 띈다. 인근에서 자세히 올려다보면 바위가 파여 우묵하게 들어간 곳이 있는데 그곳에 석가여래상이 모셔져 있다. 금골산에 대해 쓴 글은 딱 한 편 현존하는데 조선시대 이주가 쓴 「금골산록」이다. 「금골산록」은 이주(李冑)가 23일간 유배 와서 남긴 유일한 글이기도 하다. 이주는 연산군 4년 김종직의 「조의제문」이 문제가 되어 역적으로 몰리는 무오사화를 겪었다. 그때 유배 온 금골산은 이주에게 분명히 어긋난 곳이다.
살다 보면 뜻이 잘 풀어지는 순풍이 불기도 하고, 내 뜻과 다르게 꼬이는 역풍이 불기도 한다. 나와 어긋난 역풍은 풍랑이 되어 삶 전체를 덮친다. 그 풍랑이 이것저것 따져 볼 겨를도 없이 불어닥치면 간절도 풍화된다. 나는 이주의 글에서 이와 같음을 느꼈다. 풍화, 세상 모든 것이 바람에 부서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