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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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쓸쓸하지도 높지도 않게 문학‘하기’
작가소개 / 김효숙 2017년 《서울신문》 문학평론 부문 당선.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 수료. 《문장웹진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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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비평 진위를 전복하는 평행우주의 사건들
진위를 전복하는 평행우주의 사건들 ―손보미의 소설1) 김효숙 2000년대 우리 문단에는 문화 현상을 서사의 바탕으로 삼는 작가들이 등장했다. 1980년대생으로, 문화 소비 시대의 주체들을 초점화하면서 이전의 주요 경향과 일군으로 묶이지 않으려 했다. 이들의 창안물을 탈(脫)구조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 벗어난다는 뜻의 ‘탈’은 기존의 ‘있음’을 전제해야 하고, 있음의 이유인 경향성도 존재해야 한다. 따라서 1980년대에 태어나 20대 후반에 등단한 작가에게는 이전의 경향으로부터 벗어났다는 ‘탈’ 개념이 아닌, 2000년대 사회문화 현상을 안고 돌출한 독자적인 성향으로 파악하는 편이 더 타당하다. 이들 작품에는 탈리얼리즘이나 탈서사성 등을 의식하지 않는 창안물이 태어날 수밖에 없었던 당위성이 실려 있다. 1980년생 손보미가 등단작 「담요」(2009)를 시작으로 2010년대까지 약 10년간 발표한 작품들이 여기에 걸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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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비평 헤어짐을 짓지 않기로
헤어짐을 짓지 않기로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 『소년이 온다』1) 김효숙 1. 의사(儗似)증언자가 흑역사를 말하는 방식 : 『작별하지 않는다』 획일화한 이성을 강고한 정신으로 등극시킨 헤겔주의 역사관을 숭앙하는 체제에서는 불순분자를 양산한다. 한강은 『작별하지 않는다』(이하 『작별』, 2021) · 『소년이 온다』(이하 『소년』, 2014)에 여전히 말해야 할 지난 시대의 흑역사를 담았다. 여기서 시간은, 제거와 절멸의 기획에 성공을 거두려 한 때로 돌려져 있다. 단선적으로 시대를 평정하려 하고, 거짓된 평화로 획일화를 달성하려 한 이성의 시대가 그때다. 이성 정치 역사관의 주체는 기억을 단절시켜 그것을 과거로 되돌리는 일을 엄폐한다. 생존자조차 말의 죽음을 내면화해야 하는 시대의 폭압 주체는 불순분자 생산에 능력을 투입한다. 그러나 기억마저 봉인되는 형국에도 불순분자 절멸의 기획은 결코 일방 종료되지 않는다. 살아 있는 자는 기어이 행불자의 암흑 시간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