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숨을 참는 버릇
숨을 참는 버릇 김호성 발을 구른다 바퀴가 생긴 빈 무대가 굴러온다 배를 부여잡고 쓰러진 사람과 눈을 감은 사람 내 무릎을 물어뜯는 당신도 모두 무대 위로 갈라진 바닥에서 쥐들이 나온다 높아졌다 낮아지는 세계 숨어 사는 땅굴의 목소리들 떠오르는 검은 태양 당신 말고도 살아가는 건 많은데 어떤 그림자는 뒤엉키고 어떤 그림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이유가 있다
이유가 있다 김호성 이유가 있는 사람에게 삶이란 그 자신이다 그리고 유일한 소통은 그 자신을 죽이는 일이다 그래서 올바른 길로 접어드는 대신 떨어진 귓바퀴를 모은다 버림받은 것보다 객관적인 것은 없다 스스로의 수치스런 기억보다 사적史的인 것은 없다 어차피 학살자들은 누군가를 먹여 살리는 일에 감흥이 적고 그 밑에서 학자들은 이유를 찾는다 물렁해진 정강이뼈나 그 이후의 무릎을 떠올린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생고기들을 막아낼 수 있는 우산이 펼쳐지지 않는다 허울뿐인 유희만으로 웃을 수 있는 연기력도 모자란다 그런 모습으로 당신의 귀를 간지럽힌다 거리를 맴도는 바람이 나를 깊은 예언의 무덤으로 떠민다 시체에도 영혼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나를 자백하게 만든다 무덤 속에 감춰진 어마어마한 식량 창고는 지루한 납치극의 장소이다 누구도 반기는 사람 없고 무無와 다름없는 붉은 포대들 그렇기 때문에 삶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언제나 그랬지만 선택지는 흩날리는 생명의 수만큼이나 많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카롱카롱 마카롱
“김호성! 너! 내 동생을 밀었어!” “그러니까 왜 귀찮게 해. 고양이랑 노는데.” “그만해! 학교에선 축구 좀 한다고 네 마음대로 하고, 친구들도 괴롭히더니 밖에선 힘없는 고양이까지 괴롭히냐?” “뭐? 헛발질만 하는 찌질이가 뭐라는 거야.” 호성이는 웃으며 빈정거렸어. 해준이는 호성이 손에 있는 나뭇가지를 잡아당겼어. 호성이는 나뭇가지를 꼭 쥐고 해준이를 밀어 버렸어. 힘이 어찌나 센지 해준이는 엉덩방아를 찧고 철퍼덕 넘어졌어. 감히, 달래하고 해준이한테! 나는 화가 나 호성이를 노려보았어. 아마 이글이글 불꽃이 일었을 거야. 먼저 자세를 잔뜩 낮췄어. 그러고는 호성이를 향해 두 다리를 쭉 뻗어 높이 뛰어올랐어. “캬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호성이는 내가 달려들자 엉덩방아를 찧으며 바닥에 나동그라졌어. 나는 호성이 배 위로 올라가 앞발을 들어 올렸어. 호성이는 눈이 화등잔만 해지더니 겁에 질려 손을 휘적댔어. “캬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