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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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재의 중력
재의 중력 김태희 두들기는 소리, 밤은 무거워졌다. 가장 간절한 구토가 살아남은 인형의 보조개 위에 손가락을 구부린다. 한꺼번에 한 번, 다시 하나씩 한 번, 어제는 꿈을 믿었고, 오늘은 꿈을 꾸지 않았다. 빠져나온 솜을 손가락으로 밀어 넣으며 귓속말을 한다. 천장이 뱉은 꿈이 얼굴에 쏟아지고 내일의 인사가 바닥에 아무렇게, 생각이 단백질을 흉내 내며 초조하게 자라났다. 손톱과 머리카락에는 신경이 없어 가장 긴 바람 앞에서 오래도록 가벼웠다. 낯선 서사는 검은색을 지우고, 별이 반짝였다고 기록한다. 바람은 오래도록 부서지고 굽어지는 중이다. 인형은 중력을 보기 위해 마침내 왼쪽으로 쓰러졌다. 그 일은 4시 8분에 일어났다. 마주 보았던 별이 위치를 옮겼고, 읽다 만 책이 이제 절반을 넘겼다 시간은 혼자서 봄 같은 짓을 하고 있다. 나는 시간을 무거워했고, 우리는 바람직하게 주저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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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자연사 클럽 ; 파수꾼의 섬
자연사 클럽 ; 파수꾼의 섬 김태희 낮달은 양쪽에 떠 있었다. 손을 잡고 걸어가던 아이는 젖은 발자국이 모두 증발하기를 기다린다. 이제 태어난 달이 그것을 모두 지켜보며 아이의 손금을 주워 먹는다. 잔금은 모두 달의 얼굴에 그려지고, 눈만 감아도 꿈을 꿀 수 있던 아이는 이제 호흡과 빈손을 가지게 되었다. 이것은 홀로 횡으로 뛰어오던 파수꾼과 그 섬에 대한 이야기이다. 유리조각이 없는 모래라는 사실을 물에게 속삭이며 파수꾼은 오랫동안 마실 수 있는 것을 찾는다. 사방에 가득한 별 무리가 바다 위로 흐른다. 파수꾼은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 모래 위를 달리는 소리와 '안녕'이라는 비명이 들리고, 편지를 쓰다 베인 손가락을 모래에 묻는다. 모래는 맨발을 환영하지 않았고, 아무도 파수꾼에게 인사하지 않았다. 물을 찾아 마시고 있는 아이의 시간이 폭풍처럼 다가오고 비가 쏟아지는 자연사 박물관의 지붕 밑에 서서 물통에 담기는 섬의 새벽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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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사막의 유랑(流浪)」외 6편
사막의 유랑(流浪) 김태희 바람의 꼭대기는 지루한 비명이다 끝없이 자라나는 사막의 나이테도 인간의 목소리 아닌 오로라의 누명(縷命)이다 모래에 묻혀있던 밤하늘의 별을 보고 은밀한 허기짐이 달려오는 신기루도 멍울진 환부 속을 나는 휘파람의 눈빛이다 어둠의 근친들로 숨어들던 지문들이 누웠던 흔적 위로 예감처럼 가려웁다 그리운 감염으로 덮인 캐러밴도 유랑이다 아! 병목안 삼거리에서 영하의 소매 끝에 설렘을 꼭 쥐고 선 병목안 삼거리는 그리움을 앞에 둔 채 어디서 첫사랑 한 소절 눈발처럼 나부껴 머리엔 눈을 이고 도톰한 옷 펄럭이는 아~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