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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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춤
춤 김태경 시작이 시작 전에 끝이거든 멈춰 섰거든 이제 막 출구 찾아 나서려던 참이었다 담 너머 태양 바투 다가앉을 수만 있다면··· 발 들어 이리저리 뛰려다 본 까만 별들 흙 위에서 어지럼 같은 개미 떼가 춤을 춘다 난데없는 여린 조화에 사위가 밝아진다 여기도 저기에서도 어디서든 반짝이는 별똥별 조각인지 숲에 그린 좌표인지 잘 맞은 퍼즐처럼 정제된 고요 세계··· 머리나 몸통이 터지거나 짓이겨지거나 가는 다리가 잘려 나가게 할 순 없지 투명해진 작은 말은 함부로 밟지 않도록 움직이지 않는다 검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불현듯 젖어 가는 말발굽 어떤 끝은 시작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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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늪
늪 김태경 저 연꽃들 연못 위에 핀 형형색색의 손짓이거든 지키려고 탈출을 멈춰 서던 중이었다 정제된 춤 동선이 어그러지면 안 되지 까만 별은 검은 빗방울 속에서도 빛나야 해 투명해진 작은 말이 파란 문을 되뇌는 동안 소리 없는 외침에 이끌린 건 꽃이 있어서 유일한 길목일 거야 담 밖 아닌 담 안에서 수면을 지나가면 연못 안에 공터가 있다 벽 없는 그곳에서 당신이 웅크렸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혼자 있었나요 눈웃음에 가려진 침묵의 푸른 눈물 스침은 베고 찌르듯 밝아서 눈부시고 말의 몸이 푸르게 변해 떨어진 비에 아프거나 당신의 눈물샘부터 투명해져 사라지거나··· 연못에 빨려 들어가도 흔적 없거든 출구였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