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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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도마뱀 세상
도마뱀 세상 김지유 모래늪에 빠진 도마뱀 구경하러 오세요 꼬리로 몸통을 자르는 도마뱀, 독사에게 두 발 달아주고 호들갑 떠는 김부장 세 치 혓바닥 요리 맛보러 오세요 해고는 독사보다 교활하게 이번 참에 싹둑 잘라 버려야 한대요 살생부를 출력하고 계신 도마뱀에게 눈맞추러 오세요 꼬리로 몸통을 자르지 못하면 생매장 당해야 하는 처자식 먹여 살리러 오세요 피 한 방울 없이 비명도 감동도 없이 모래방석 깔고 앉은 선인장에 눈물 주러 오세요 당신은 독사보다 고독하게 자위 중이신가, 이번 참에 꼬리 대신 몸통을 잘라 버려야 해요 꼬리만 남겨 모래늪을 빠져 나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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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곰팡이빵
곰팡이빵 김지유 담벼락에 박힌 사내의 눈빛을 보아요 여자의 음부에 오토바이를 처박은 사연 좀 들어보아요 코흘리개 두 아이를 치마 밑에 숨긴 여자는 거짓말을 빵부스러기처럼 조금씩 흘리고 다녔대요 오토바이를 붕붕거리던 사내가 설마 길바닥에 떨어진 빵부스러기를 좋아할 줄은 몰랐대요 변명은 언제 먹어도 말랑말랑해요 여자가 부풀린 젖무덤 사이, 세 번째 아기가 된 사내가 호적을 내주고 땅문서 집문서를 다 갖다 바친 어느 날 여자는 숨겨두었던 두 아이에게 돌아갔대요 착한 게 죄였지요 그날 밤, 오토바이 뒤에 여자 대신 술통을 실은 사내는 훌쩍 담벼락을 넘었대요 사내의 눈물은 빵부스러기가 되어 길바닥에 흩어졌대요 여자의 두 아이가 헬멧을 쓰고 우는 동안 사내는 백발의 할아버지가 되고 여자의 음부에 빵냄새를 풍기는 곰팡이가 피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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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대치동 보디가드
대치동 보디가드 김지유 소주 반병과 안정제 위장에 담고 영재사관학원버스 꽁무니를 따른다 몽당연필 같은 너는 안동 권 씨 추밀공파 태사공 몇 대손, 행(幸)은 능히 기미(幾微)에 밝고 권도(權道)에 통달했다며 성을 하사하신 태조 왕건의 품에 남겨야 했거늘. 밤마다 고사리 손으로 성기를 키우는 왕자여 나의 병기여 물려받은 기둥뿌리 다 뽑아먹고도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더구나, 난쟁이 네 아비를 자근자근 밟아서라도 돈이면 장땡인 나라의 노름꾼으로 쑥쑥, 키 대신 목이라도 키워 줄게 이마에 붙인 팔광으로 하늘 밝히고 1번이 일등이 아니라며 너의 성을 노리는 비적들 가랑이를 찢어 놓을게 섯다! 그래 삼팔광땡으로 섯다를 외칠게 저만치 특목고를 위한 판돈은 나의 몫, 나갈게 싸울게 널 뒤따르는 엄마의 그림자가 너무 눈부시더라도 얼굴 찌푸리지 마, 나의 왕자여 나의 병기여 오늘도 무사했구나 피 튀기는 자정까지 섯다를 외치는 내가 대치동 보디가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