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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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젊은작가의 樂취미들] 매일 밤, 같은 시간에 카메라 앞에 선다
작가소개 / 김지숙 (소설가) - 1984년 인천 출생. 2009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 《문장웹진 201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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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진눈깨비」외 6편
진눈깨비 김지숙 우리가 구름이지 않은 이유는 없다 차갑게 식어 있는 물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는 동안 어제처럼 뭉글뭉글 익숙해지는 얼굴 끝내 나누지 못했던 말들은 예언이 되어 문득 와서 무너지며 완성되고 그 텅 빈 곳에서는 한쪽을 잃었거나 나일론 실 같은 걸 발목에 칭칭 감은 새들 걸어 다닌다 가끔 어떤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기도 한다, 더 이상 떠나지 않는 새들이 바다의 기억을 쪼아 대는, 부리가 부서지는 줄도 모르고 크리스마스는 짧고 추웠다 어깨를 움츠린 채 서로 떨어져서 서성이는 사람들 사이 잠들지 못하는 아픈 아이의 밤은 희고, 돌아갈 곳 없는 영혼처럼 마른 나무들이 길에서 비껴선 채 얼어 갔다 미처 수거하지 않은 플라스틱 트리 꼭대기에서 은박 별 반짝였다 작별의 문장은 이미 충분히 완성되었고 오래 오래 건네야 할 다정한 인사가 남았을 뿐 관측 기록도 없이 다만 이론적으로 오후에 지는, 새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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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우리들의 마감시간
우리들의 마감시간 김지숙 우리가 자체적으로 정한 마감시간은 새벽 두 시였다. 시계는 이미 새벽 두 시 이십 분을 지나고 있었다. 그러나 마감시간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은 없었다. 각자의 모니터를 바라볼 뿐이었다. 가끔씩 타닥, 하고 자판 치는 소리가 났지만 이내 멈추었다. 작고 밀폐된 사무실은 더웠다. 사무실에는 어느새 우리 셋만 남아 있었다. 매기, 그늘, 그리고 나. 다른 직원들은 자정을 기점으로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갔다. - 이왕 갈 거 차 끊기기 전에 가야겠다, 너희도 괜한 고생 말고 가라. 마지막 남았던 ‘태’ 선배마저 어깨를 늘어뜨린 채 잡지사 밖으로 나간 뒤, 우리는 고민했다. 갈 것인가, 말 것인가. 판단은 시계추처럼 흔들렸다. 우리 셋은 아무 말도 없었다. 잡지사는 문을 닫지만 이번 호 마감까지는 충실하게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하고 편집국장이 말했었다. 그러나 모두가 마지막 힘을 쥐어짜던 마감 날, 국장은 줄곧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