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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백일장 우수상_시] 사육 김정순 1. 눈가로 지느러미가 흐느적거리며 어디론가 헤엄쳐 가고 있었다 나는 아가미가 퇴화된 꿈을 겨우 호흡하며 숨을 참고 있었다 망막을 가리는 젖은 그늘의 빛깔 눈동자가 닿을 수 없는 깊이의 밑바닥으로 침잠하고 있었다 떠오를 수 있도록 부레가 생겨나는 울음을 기르기 시작했다 2. 한 사람이 그늘을 매립하고 있었다 허공이 꺾여버린 날갯죽지와 뼛속까지 깃든 새 발자국을 파묻고 흉터가 깊어 가는 눈언저리마다 그림자를 한 삽 떠서 덮어 주었다 한 사람의 눈빛이 그늘 속에서 채굴한 햇빛을 기르고 있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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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들은 심은정 씨의 「그림자」와 김정순 씨의 「사육―그림자」를 놓고 어떤 작품을 장원으로 밀어야 하는지 마지막까지 고심했다. 「사육―그림자」는 번뜩이는 비유가 여러 군데 있었지만, 시의 후반부로 갈수록 시적 긴장이 이완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그에 비해 「그림자」는 몇 군데 상투적인 문구가 거슬리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시상이 잘 정돈되어 있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수완이 돋보였다. 결국 심사위원들은 심은정 씨의 작품을 장원으로 정했다. 그러나 시상식이 끝난 마당에 이미 이러한 분별은 큰 의미가 없는 일인지 모르겠다. 모든 참가자들이 분주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시월의 유난히 맑은 하늘 아래서 한나절을 함께 보냈다는 것이, 아름다운 시간을 나누어 가졌다는 것이 더 특별한 일로 참가자들의 마음에 남았으면 한다. 산문 부문 심사평 5명의 심사위원은 소설가 2명, 수필가 1명, 극작가 1명, 시인 1명으로 구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