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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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소설집 『코끼리』(2005년 12월)의 표제작에는 네팔 출신 아버지와 조선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소년이 화자 겸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국적과 민족이 다른 이주노동자 사이의 혼혈이라는 새로운 양상의 출현이다. 소설의 초점은 세계화 시대의 최약자인 이주노동자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을 대신해 서로를 괴롭히고 착취하면서 인간적 위엄을 상실해 가는 과정에 두어진다. 그런 주제의식에 못지않게 흥미로운 것은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거처와 동네의 풍경 묘사다. 소년이 사는, 돼지 축사를 개조한 쪽방집의 경우 1호실에는 미얀마 아저씨들이, 2호실에는 방글라데시 아주머니가 살고 3호실에는 파키스탄 청년이 살다 떠났으며, 4호실에는 소년이 아버지와 둘이서 살고 5호실에는 러시아 아가씨가 살고 있다. 다국적 이주노동자들이 한데 모여 술을 마시는 슈퍼마켓 간이탁자에서는 한국어에다 러시아어, 영어, 네팔어가 뒤섞여 오간다. 그렇다. 바야흐로 세계화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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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 김재영(소설가) - 1966년 여주 출생.성균관대 졸업.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2000년 《내일을 여는 작가》 신인상으로 등단. 작품집으로 『코끼리』, 『폭식』이 있음. 《문장웹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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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김재영 1 세린은 기어코 도쿄로 떠났다. 지난봄이었다. 원전 사고가 나서 뒤숭숭한 나라로 하나밖에 없는 조카를 떠나보내기가 싫어 나는 끝까지 만류했다. 하지만 아이는 막무가내였다. 하필 이때, 세린이 어렵게 일본 대학에 합격해 마냥 기뻐야 할 때 거대한 쓰나미가 일본을 덮치다니. 생각할수록 기막히고 억울한 일이었다. 쓰나미가 덮쳤을 때, 세린과 나는 백화점에서 옷을 고르고 있었다. 입학을 앞둔 세린은 들떠 있었고, 그런 세린을 지켜보는 나는 봄 햇살처럼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라디오를 켜니 일본의 동북연안이 거대한 쓰나미에 휩싸였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로부터 며칠 동안 방송매체마다 미나미산리쿠초를 비롯한 해안가 마을들이 삽시간에 무너지고 물에 잠기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내보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지만,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원전이 파괴되어 핵물질이 누출되고 있다는 끔찍한 소식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