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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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아버지의 노래
아버지의 노래 김임순 어부는 항구의 남자였다. 저인망을 선두로 줄줄이 배를 몰고 항구로 귀환한다. 등대에 앉았던 갈매기가 날개 북을 치며 반갑게 마중을 나간다. 어부와 바닷새, 그들만큼 절친한 친구는 없다. 멸치 한 토막이면 요깃거리로 충분하다. 그걸 얻어먹으려고 욱시글득시글 떼창으로 끼룩댄다. 뱃전엔 흘림걸그물이 켜켜이 쌓여있다. 어부는 적막했던 지난밤의 고요와 노동의 대가를 고스란히 건져왔다. 짬짬이 됫병 술 마셔가며 작업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들에게 바다는 생활터전이었고, 육지는 하룻밤 머무는 여인숙에 불과했다. 검게 탄 얼굴은 바다 위에다 생의 푯대를 꽂고 살아온 증표였다. 그런 남편을 위해 뭍의 아낙은 소 뼈다귀를 넣고 해장국을 끓였다. 살아온 삶이, 살아갈 삶마저도 바다와 더불어 존재하고 있었다. 정화뒤축이 닳아질 때마다 가난을 한 꺼풀씩 벗겨냈는지 그건 알 수 없다. 나의 아버지도 항구의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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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그 이름은 엄마」외 1편
그 이름은 엄마 김임순 누군가 공중화장실 문을 무작위로 열었다. 얼마나 급했으면 노크도 없이 얼굴을 내밀었다. 용변을 마무리 짓지 못한 사람들의 비명이 칸마다 들린다. 내가 앉았던 세 번째 칸도 예외는 아니었다. 엉겁결에 옷을 추겨 올릴 겨를도 없었다. 엉거주춤한 채로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여자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경황이 없어 예의를 갖추고 자시고 할 겨를이 없어 보였다. 얼마나 황당했으면 그랬을까. 속도 모르는 사람들이 등 뒤에선 몰상식한 여자라고 흉을 본다. 나도 쫓기듯 급하게 화장실을 나와 손을 씻었다. 등 뒤에 붙어선 여자의 얼굴이 거울에 비친다. 눈물을 흘리고 울고 있었다. 값진 물건이라도 잃어버린 듯 상심한 표정이 역력했다. 사람들은 볼일을 끝내고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향해 떠나는 버스에 올랐다. 내가 그녀의 어깨를 스쳤다. “엄마···” 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랬다. 그녀가 애타게 찾는 사람은 엄마였다. 여자는 여자의 몸을 빌려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