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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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2000년대의 한국소설, 혹은 경계를 넘어서는 글쓰기의 열망
김중혁 : 김애란 씨의 소설을 예로 들어보면, 20대 초?중반 여성의 목소리를 김애란 씨가 내 주었기 때문에 한국소설의 지평이 굉장히 넓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봐왔던 여성작가들의 소설에는 30대 초반의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왜 김애란 씨의 소설 같은 작품이 지금까지 없었을까 생각해보면 그동안 작가의 경험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치고받고 싸우는 과정 속에 있는 20대의 소설이 좀 드물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 식의 소설들이 많이 나오면 한국소설이 좀 더 많은 독자층을 가질 수 있고 목소리도 더 다양해질 것 같습니다. 한유주 씨는 자신의 독자층이 없다고 하지만 제 생각에는 한유주 씨의 몽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게 가독력이 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주제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사회자 : 김애란 씨 소설에는 주인공이 남성인 경우가 더 빈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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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돌아보고 예감하다, 2012년의 문학
가령 지금 주가를 올리고 있는 훌륭한 멘토들의 조언도 어떤 면에서는 김애란 소설에서 읽을 수 있는 경구나 덕담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현실적인 대안보다 감성적인 접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그것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지금의 사람들이 그것을 원하고 있고, 젊은 세대에게든 기성세대에게든 그 필요가 요청된다는 면에서 김애란 소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 거라고 생각합니다. ■■■ 박진 : 네, 공감이 갑니다. 조해진의 『로기완을 만났다』는 어떤가요? 박수연 선생님이 김애란 소설에서 지적하셨듯이 좀 안일하게 갈등이 봉합된 지점이 없지 않을 텐데요. 이를테면 로기완은 나중에 아주 행복해졌고 윤주는 결국 죽지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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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선연하게 드러나듯, 그것에서 비롯되는 상황의 자기창조적 재구성과 전유를 위한 산뜻한 안간힘이 김애란 소설의 상상공간을 열어놓는다. 그 안에 스며있는 것은 알다시피 (자기연민이나 원한과 같은) 수동적 정념에 물들지 않고 그 모든 삶의 무게와 심지어 타자의 결핍까지도 제 안에 녹여 소화하면서 자기 자신을 지탱하려는 발랄한 고투의 흔적이다. 그 속에서 언어가 탄생하고, 커뮤니케이션과 교감이 일어나며, 상상이 펼쳐진다. 김애란 소설의 화자는 그것이 “가로등이 눈감아주는 시간”에 일어나는 사건일지 모른다고 하지만, 비유컨대 그 사건은 실은 거꾸로 자아에 얹혀 있는 세계의 무게와 결핍의 집요한 응시를 작은 손바닥으로 잠시 순진한 척 가려줌으로써 열리는 그 한 순간의 틈새를 딛고 번져가는 긍정적 자기창조의 사건이다. 하지만 세계가 계속 눈을 감고 있을 리 없다는 것을, 작가는 알고 있다. 김애란의 소설은 대개 상상의 자기만족적인 완결을 간섭하는 그 이면의 결핍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