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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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시
시 김성태 아가미처럼 눈 뻐끔거리는 밤 불 꺼진 창문마다 저수지 같다 나는 빈 집을 낚시 한다 노래하는 어부로 유리창에 달라붙어 닫힌 창문 너머로 머리카락을 던진다 컴컴한 창에 불이 켜질 때까지 고래 몸집만한 사람 한 마리 출렁거리며 내 쪽으로 건너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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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한 잎의 그늘
한 잎의 그늘 김성태 잎맥처럼 흘러내리는 두시의 햇빛 쥐어짜며 명함 파러 가는 가로수길 점선으로 곧게 뻗은 십 차선 바코드 끝 젖무덤만한 산 아래 고궁이 놓여있다 복도난간에서 봄을 수유 받는 사원들처럼 매일매일 오후의 시계가 수작 피웠으면… …하는데 이분의 신호등이 화끈 켜진다 버드나무 그늘이 부풀어 오르는 시간 물컹한 응달은 시간이 파놓은 웅덩이다 가시 돋친 햇빛들이 잎사귀에 몸을 부비며 달밤 문풍지처럼 뜨거운 실루엣을 발라낸다 숲을 이루지 못한 이파리가 계절을 떨어뜨리고 은박봉투나 찢어서 잉어 찌를 던질까…말까… 손목시계는 돌아가고 나이테는 돋는다 한 그루의 남자가 한 겹의 그늘을 꺼내는 동안 씨앗처럼 흩뿌려진 말줄임표들…… 모아 그늘에 심으면 무럭무럭 자랄 줄 알았지 무릎의 안부도 묻지 않는 특별시민들 자고일어나 단추 채우는 아버지 뒷모습처럼 굽은 등을 돌다리 난간에 걸친다 질주하는 시간을 재우려고 고요가 등을 두드리던 날 왕궁 여인의 가체처럼 머리 위에 눌러앉은 먹장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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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웅덩이 외 1편
《문장웹진》이 주목한 2012년 젊은 시인들 김성태 웅덩이 웅덩이에 발이 빠졌다. 걸을수록 웅덩이가 늘어난다. 나는 늘 하나의 길을 걷지만 너는 늘 삽을 들고 함정을 파기에 내가 딛는 발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다. 웅덩이에서 빠져나오기 바빠서 나는 지속된다. 완전히 빠져 보지 못한 사람은 별들이 묻혀 있는 웜홀을 경험할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언젠가 웅덩이에 묻힌 적이 있다. 연애가 파놓은 웅덩이였는지 대학이 파놓은 웅덩이였는지 나라님이 파놓은 웅덩이였는지 술이 파놓은 웅덩이였는지 모르겠지만 순간 나는 웅덩이에 깊이 묻혀 무덤에 갇혔다고 생각했다. 울음을 쏟은 눈동자는 허기가 졌고 어쩌면 나는 자궁에 들어왔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웅덩이에 발가락이 빠지고 나서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