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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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백지」외 6편
백지 김성신 나는 창문을 열고 맨몸으로 서 있다 적막과 고독이 혼잣말을 하면 바람은 비로소 불어오는 것이었다 컹컹, 개 짖는 소리 아득히 들려오고 귓불이 파르르 떨리곤 했다 차마 문장이 되지 못한 검지들이 합수혈을 찌르듯 여기저기 울음으로 차올랐다 단단하게 뭉쳤던 구름 근육이 이 낯선 것들과 조우하면 이 세계는 부드러워졌다 슬픔은 바람에 찢겨 만장처럼 펄럭였다 나는 어디를 떠돌다 이토록 구겨졌을까 나의 먼 집이 저 숲은 아니었을까 나선의 시간들을 고르게 펴면 이 작은 손으로 움켜쥘 수 있을까 모래 무덤처럼 부서지는 성역(聖城) 쌓고 또 쌓았으나 오르지 못할 저 직립 문자 사라진 팔과 다리가 꼬리가 되어 흔들거나 짖다 보면 나는 짐승으로 다시 태어났다 걸어도 걸어도 풍경은 늘 그 자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흰 것은 흰 것이어서 나는 차마 헤아릴 수 없는 사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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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2만부 작가’ 백 명이 필요하다
‘2만부 작가’ 백 명이 필요하다 김성신 최근 한국문학은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 변화의 양상들이 긍정적이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대체로 부정적이다. 2000년대에 들어와 한국 소설문학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은 급격히 사라져버렸다.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한국 작가들의 소설은 이제 찾아보기가 어렵다. 잘 팔리지가 않으니 자연 한국 작가들의 작품 생산량도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이는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이윤을 좇아야 하는 출판자본이 한국 소설에 대한 출간을 힘겨워하고 있으며, 어렵사리 출간했다 할지라도 독자들의 무관심 속에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힘을 모으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한국의 소설문학이 급격한 퇴조를 보이며 내놓은 자리를 일본문학이 채우고 있다. 전체 판매량 면에서도 일본문학은 한국문학을 압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서점에서 판매되는 소설책의 30?40%가 일본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