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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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종자는 먹어 치우지 않고
종자는 먹어 치우지 않고 김복희 네게 있는 것을 전부 내놔 내 가방 속에는 그늘에서 말린 옥수수 살구 씨 복숭아 씨 해바라기 씨 파뿌리가 들었다 내놔 나는 신발을 벗고 겉옷을 벗고 가방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묻는다 더 없어? 내놔 나는 손을 내밀었다 뭔가 더 없을까 독 없는 것 깨끗한 것 손을 탁 치는 소리가 들렸다 신발을 신고 겉옷을 다시 입고 가방을 들었다 그 모든 것을 하는 데 손이 없어 오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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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새집
새집 김복희 춤추는 이를 사랑하려면 함께 춤춰야겠지 영혼으로 잠에 막 빠져들 무렵, 내가 잠들자마자 그는 방에서 벌레의 기척을 느꼈다 빠르게 날아다니며 벽과 그의 목에 제 몸을 부딪쳤다고 했다 벌레가 여기저기 부딪히는데 내가 너무도 깊이 잠들어 있어서 깨울 수 없었다고. 벌레를 잡으려고 불을 켰는데 벌레는 없고 창은 전부 닫혀 있고 벌레의 느낌만 있어서 새벽까지 신경이 곤두서서 잠을 잘 수 없었다 나는 춤을 추고 있었다 그는 바랐다 집에 돌아와 문을 열면 벌레가 죽어 있기를 그는 나의 영혼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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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줄
줄 김복희 나무토막을 묶고 짖어 봐, 굴러 봐, 줄이 있으면 뭐든 작은 짐승으로 만들 수 있었지. 여기까지 말하고 그녀는 물을 마셔야겠다고 한다 그녀는 두 손이 묶인 것처럼 작은 새를 만들어 온종일 날린다 안 죽는 거다, 내 짐승들은 다 죽었지. 그녀는 자신의 말을 다 한 것처럼 계속 말한다 손이 필요 없다, 두 손을 들어올렸다 무릎 위로 떨어뜨린다 이 새들은 원래 누구의 것이었을까, 나는 짐승을 풀어 놓고 키울 수 없었어. 나는 그녀의 턱을 닦으려고 한다 기다려 안 돼, 손목에 달린 고무호스가 흔들리고 새가 다시 그녀의 무릎에 앉는다 다음 말을 기다린다 그녀는 눈을 내려뜨며 물을 마신다 줄을 물려주겠다고 한다 그녀의 입술에서 물이 새어 나와 내 이마를 적신다 새가 창문에 부딪혀 바닥에 떨어진다 다시 날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