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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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알레그로 스케르찬도
알레그로 스케르찬도 김균탁 너는 젖은 숲의 allegro 늪은 태양을 짊어진 오후의 지렁이처럼 살아 있었다 꿈틀거리는 땅의 끝에서 메아리처럼 흔들리는 절규 침묵을 기어오르는 작열하는 소란은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여린 발자국 그 뒤를 따라 보폭이 줄어드는 울음 끄덕이는 고개는 의미 없는 것들의 어미 태양이 쏟아지면 죽어버릴 애증의 presto “엄마는 보고 싶지 않아.” vivace처럼, 때론 vivo처럼 흥얼거렸던 지난날의 비보 누나를 멀리 던져버린 수염이 긴 아빠의 술잔은 땅속을 천천히 파고들던 lento moderato는 혼미해진 우상 그렇기에 숨이 멎어버린 andante 달 끝에 걸려 펄럭이는 자장가는 “죽고 싶지 않아.” 흥얼거리던 잠꼬대 다시 일어날 수 없는 높은음자리표 속의 # 젓가락이 만든 장단같이 둔탁하게 울리는 늪 서서히 가라앉는 것들은 “다시 태어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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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잔혹 동화를 쓴 작가 노트 : 시즌 2
잔혹 동화를 쓴 작가 노트 : 시즌 21) 김균탁 당신이 부른 노래가 철새의 발끝에 매달려 흔들리며 날아갑니다 당신은 떠난 적 없는 허기진 헤어짐 배가 고파 울다 잠든 아이의 배 속에서 오래전 잠가 놓은 수도꼭지가 열리고 강물이 흘러 넘칩니다 넘실거리는 위장은 배가 되어 먼 바다를 떠돌다 침묵합니다 침몰은 수업 시간에 배운 가장 큰 거짓말 과장된 몸짓으로 가면을 눌러 쓰라고 배운 아이의 배에서는 몇 척의 배가 허기를 채우러 낚싯대를 바다 깊이 드리웁니다 하지만 길게 드리운 그림자는 그림을 그리다 잠든 아이의 이별 헤어짐은 계속 겪어도 알맞게 익은 과일처럼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위태롭게 꺾인 파도가 반달처럼 남아 녹조를 띄웁니다 녹내장에 걸린 눈을 따라 늘어선 녹색 달, 녹색의 세계는 미치도록 아름다워 동화처럼 자랍니다 동물이 사람처럼 말한다면 잠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망상 속을 헤매다 허기진 뇌를 한 입에 집어삼킬지도 모릅니다 피노키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