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가락시장에서는 음악을 팔지 않는다 Sing Sing한 것들을 팔지만
가락시장에서는 음악을 팔지 않는다 Sing Sing한 것들을 팔지만 김건영 모두 상자에 갇혀 있었다 보기 좋게 채소를 해방하라 여린 잎들은 줄기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라 잘 말린 식물은 말아 태우면서 잎 속의 검은 입을 솎아낸다 식물들이 말하지 않은 것을 써본다 뿌리 잘린 슬픔은 곧 먹히거나 냉장고 속에서 삭거나 물러질 미래가 있다는 것 판다와 팔린다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본다 그래도 판다는 귀엽다 아프지 않은 멍이 귀엽지 이 굴종 강아지야 내 말을 팔아다오 시장에서 기의(記意) 파동이 느껴진다 경매라는 이름의 강매의 틈에서 춤을 추는 나의 작고 소용없는 사상(死傷)의 소용돌이 가무십일홍(假舞十日紅) 가무십일홍(價無十日紅) 시장이 끝나면 시래기만 바닥에 가득하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맨드레이크
맨드레이크 김건영 나 약이 될게요 나를 심어 준 사람들을 위해 흙을 덮고 꼭꼭 밟아 준 사람들을 위해서요 아픈 건 괜찮으냐고 물었잖아요 그런데 그거 관심 없잖아요 사람이 사는 데에 꼭 필요한 게 바닥이죠 공중에 뿌리내린 사람도 있습니다 날파리처럼 지겨운 천사들 나의 죄와 벌레 언제나 웃으면서 법대로 해요 법대로 나를 온몸으로 껴안아 준 공기가 있다 나는 사실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요 비명입니다 아닙니다 노래입니다 살고 싶습니다 쉽게 말하고 싶어요 식물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 죽는 건 화분뿐이죠 그러니까 나 흙속에서 부어올라 화약이 될게요 나 목에 밧줄을 감고 태어나서 소리를 좀 지를게요 이제 좀 동물이 될게요 자랄수록 사람은 어렵고 어려진다 다 안다는 것처럼 부드러운 사람들을 부러뜨릴 거야 나 너무 많은 영매를 사랑하여 열매가 되어 간다 전생으로 돌아가 몇몇 가지를 꺾고 돌아올게요 획이 많지 않은 글자가 될게요 그러나 읽을 수는 없는 목질화를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달 과육 펜스
달 과육 펜스 김건영 동물을 보면 기분이 낫는다 인간을 보면 가라앉기만 한다 인간은 짐승입니다 어깨가 부어오른 것을 날개라고 부릅니까 나쁜 사람과 더 나쁜 사람밖에 없는 밤이다 어두우니까 무섭기만 해서 다행이다 멀리 있는 것은 작아 보이니 다행이다 잘못된 띄어쓰기처럼 골목은 헐렁거린다 새벽에 던지는 대화 속에는 휴지가 있다 나는 일부러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 걸음 옆으로 간 사람이 사라진 걸 못 보았습니까 사건은 한낮에 더 많이 일어나잖아요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난다 이것은 사건이고 순식간에 갈라지며 영영 다른 단어로 가는 안전한 단어들 선량한 악의 그런 게 없다고는 말 못 하지 지들도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아침 같은 거 차라리 짐승이 동물이 낫다니까요 식탁 위에는 밀회용 젓가락 짝을 맞춰 누워 있다 말없이 먹는다 안전하다 휴지 좀 줄래 말이 없어지는 사람들 휴지가 필요하다 밤이 나쁜가요 낮이 나쁜가요 달은 기울 때에 더 마음이 가고 밝은 미지는 없습니다 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