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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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이름값’에 대한 보고서
“저…… 기정 작가시죠? 저는 가수 아무갠데요…… 원고 잘 읽었어요, 그때 녹화 때 제가 너무 울어서 민폐를 끼쳤는데…… 이번에 무대 사진이 나간다는데 혹시……우는 장면이 나가나요? 그리고…… 문장 중에 몇 군데만 고쳐 주셨으면…… 싶은데, 가능할까요?” “물론이죠.” 주저 없이 대답하긴 했지만, 내용에 문제가 있었나? 순간 머리카락이 쭈뼛! 그러나, 그녀의 요청은 단 하나, 물음표를 마침표로 바꿔 달라는 주문이었다. ‘나는 너희들보다 상황이 더 나빴거든? 형편이 더 안 좋았거든? 그런데 이만큼 성공했거든? 나는 하는데 너는 왜 못해?’ 말하자면, 이 인용문의 마지막을 물음표 대신 점(마침표)으로 바꿔 줄 수 있냐는 거였다. 책을 읽는 독자층은 다양할 테고, 문자로 정리된 어감이 자칫 건방져 보일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그녀는 전국 투어 공연으로 정신없이 바빴고, 밀려드는 출연 요청에 즐거운 비명을 지를 만큼 분주한 상황이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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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김소월 「왕십리」를 다시 읽는다
인지된 사건의 수용을 거쳐, 의식에서 기정 사실로 확정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심리적 인정과 더불어, 조사 ‘는’을 통하여 다음 행의 “올지라도”를 예비한다. 즉 양보절을 통한 ‘전환’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어서 “한닷새 왔으면죠치”라고 화자의 願望이 피력되기에 이른다. 리드미컬한 어미변화를 통하여 인지-수용-인정-전환-원망으로 의미 및 정서가 연쇄되는 것이다. 기존의 논의는 이 양보절을 역설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하나는 시적 정황이 장마철이라는 전제, 두 번째는 양보절이 역설을 선호한다는 전제. 그러나 앞의 전제는 2연을 읽는 가운데서 밝혀지겠지만, 근거가 희박하다. 역설의 가능성은 어떤가? 물론 양보절이 역설을 동반할 수 있기는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양보절의 ‘~ㄹ지라도’는 “앞절의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에 구애받지 않는 사실을 이어 말할 때”(「표준국어대사전」) 쓰는 연결어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