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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스페셜-글틴 출신 작가 초대석] 글틴 회상 양선형 글틴에 처음 가입했을 때 내 나이는 열여덟이었다. 나는 열일곱 여름 고등학교를 그만두었으며, 기나긴 잠, 그리고 잠보다 더 지루하게 계속되는 무기력한 기분 속에 빠져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청소년기를 어떻게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내게 청소년기는 무기력과 권태, 소파 위에 누워 뭔지 모를 불만으로 뒤척이는 나날들을 환기시킬 따름이다. 나는 종일 영화를 보거나 제자리에 가만히 엎드려 있었다. 가끔 산책을 했으며 일주일에 한 번 친구들을 만나, 이 불쌍한 고등학생 놈들, 이죽거리며 반나절에 이르는 수면 시간이나 궤도를 완전히 잃어버린 생활의 리듬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쉽게 침울한 기분을 느꼈다. 친구들은 내 길게 기른 머리카락을 제외한 자퇴생의 장점들을 별로 부러워하지 않았다. 글틴 사이트를 알게 된 것은 그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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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스페셜-글틴 출신 작가 초대석] Live Forever 임국영 2006년 1월, 임국영은 18살이었다. 눈이 많이 내렸고 나는 빵모자를 쓰고 있었다. 회색과 검정색 체크무늬였는데 지금 기준으로 따지자면 끔찍하기 짝이 없는 패션센스였으나 딴에는 멋지다며 세 살 터울 형에게 보채서 빌려온 것이었다. <문화역서울 284>라 이름 붙은 구(舊)서울역 건물 앞에 캠프 참가자와 관계자 들이 모여 있었다. 지하철을 혼자 타본 적이 없는 나를 배웅 온 형을 뒤로 하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먼저 도착한 또래들은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글틴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아이디- 라고 해야 할지 필명이라 하면 좋을지 모를 이름들로 서로 부르고 불리었는데 그 정경이 상당히 민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