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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글틴캠프 참가후기] 너희가 죽인 내세에서, 내가 죽은 중세까지
너희가 죽인 내세에서, 내가 죽은 중세까지 — 글틴캠프 참가후기 이이체(시인) ―어땠어? 너희는 입을 모아 나에게 묻는다. ―종교가 있어.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이제부터 그 종교를 고백해보려고 해. 주머니에서 총을 만지작거린다. 뜨거운 방아쇠를 매만진다. ―그 종교를 버리기 위해서. 너희는 나를 바라본다. 과녁처럼. 과녁 같은 표정들. ―비는 색을 갖지 못하고 내리는 물, 색을 갖지 못하고 내리는 물, 색을 갖지 못하고 내리는 거짓말. 너희의 찬송가를 듣는다. 너희 스스로에게만 바치는. 나는 웃으며 대꾸한다. ―원래 물이 갖고 있던 색을 우리는 되찾을 수 있겠니? 모든 대화는 실재하는 언어들과 실재하는 대상들이 건축하는 비선형적 유적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인간들의 대화는, 결국 그들 각자의 말이 독백이며, 독백이므로 내부를 향한 방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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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글틴캠프 참가후기] 내가 글틴을 처음 만났을 때
내가 글틴을 처음 만났을 때 — 글틴캠프 참가후기 전삼혜(소설가) 솔직히, 그리고 조금은 뜬금없이 말하자면, 캠프에 가는 게 두려웠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다. ‘작가가 되어서 캠프에 가는 게 꿈이다’라는 말도 가볍게 했다. 그렇지만 어쨌든 그건 모두 과거의 말이고 과거의 생각이다. 갑자기, 강연이라니. 그래도 다섯 명이 함께 하는 질의응답 정도라는 것에 기운을 낼 수 있었다. 혼자서 강연을 하러 오라고 했으면 못 갔을지도 모른다. 무서워서.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 역시 ‘꼰대’가 되는 것에 약간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 나처럼 살아라, 혹은 나처럼 살지 마라. 그런 말은 듣는 사람과 하는 사람 모두에게 좋은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하는 말은 끝이 어영부영 흐려지기 쉽다. 정대훈 선생님, 이런 강연자라도 괜찮으시겠어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천안까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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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글틴캠프 참가후기] 우리는 어디쯤에 있을까
우리는 어디쯤에 있을까 — 글틴캠프 참가후기 박성준 모 잡지사에서 근무하고 계시는 형님과 술을 먹다가, 형님이 대뜸 그러셨다. 너는 엘리트 코스로 문학을 해오고 있다고. 아직 젊은 네가 부럽다고. 그러면서 소주잔을 기울이셨다. 이게 무슨 소리지? 내가 엘리트? 엘리트 코스? 나는 오히려 엘리트보다는 잡놈이라고 생각하고 문학을 했고, 늘 잡놈처럼 시가 될 수 있는 것들, 내게 다가오는 시들을 찾아 헤매고 또 헤매면서 시를 썼는데. 그게 내 문학인데. 엘리트라니? 나는 우선, 왜요? 내가 왜요? 하고 응수하고 소주를 벌컥 들이켰다. 형님의 말씀은 이랬다. 예술고등학교 때부터 문예창작을 배웠으니 조기 교육을 받은 셈이고, 문청으로 또래에서 이름을 꽤 날렸고, 그 성과로 대학에 갔다는 것. 그리고 대학 재학 중에 등단을 했고 시집이 나왔고, 너희 세대에서 어느 정도 주목을 받고 있으며 박사과정을 다니고 있으니 공부도 남들보다 많이 한 편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