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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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운명
운명 김태동 언젠가 저 물빛 마시며 저수지 물가에 다다르는 저 햇빛처럼 힘겹게 떠, 오르는 이 붉은 꽃들, 그래 그것들 그것들이 제 울음을 물가 풀어놓을 때 나는 내 운명의 살가죽을 이- 저수지에 풀어놓으며 유영하는 뼈다귀 귀신이 되어 거푸, 거푸 헤엄쳐 돌아다닐 것이니, 고기여 그렇게 멀뚱하니 쳐다보지 마라 휘둥그런 눈의 사슬 던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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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묘妙
묘(妙) 이대흠 소태처럼 쓴 것은 아니고 쌉싸름한, 없는 입맛 헹구어주는 씀바귀나물 같은, 설탕처럼 단 것은 아니고 좀 달짝지근한, 싱거운 듯, 조깐 심심한 듯, 갓 짠 참기름처럼 진한 것은 아니고 꼬순내 나는 듯한, 모굿대랑 피마자 잎이랑 호박잎이랑 비온 뒤 그것들 데쳐서 곤자리 젓에 매운 고추 버성버성 썰어 넣어 식은 밥 한뎅이 싸서 함뽕 했을 때처럼 혀가 살아 징그랍게 맛나던, 당신의, 당신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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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필요한 건 현실이다 말하는 너에게 허구로 만들어버리는 나의 입으로부터
불이 켜지면 그림처럼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것들 부끄러워요 미술과 마술의 공통점이라면 관중들이 지켜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것 이곳이 정말 미술관이었다면! 난 펑펑 울지 못했을 거예요 나는 5분 전까지 몽상에 가까웠지만 5분 후부터는 사실적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추상파에서 입체파로 바뀌어졌다는 것 아직도 키스를 하기 위해 벌어진 입술이지만 대체할 수 없어 감탄사를 남발했고 얼굴, 흔들흔들, (과) 삐거덕삐거덕, 얼굴, 나는 양파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장미가 되고 싶기도 합니다 너는 토끼가 나오길 기대하다가 도끼가 나왔다며 까무러칠 테죠 그것들은 아직도 그림처럼 바라보고 있는 중입니다만 나는 갑자기 불쑥 튀어나온 교차로 뽑혀져 나온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