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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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안녕, 뽀르뚜까
안녕, 뽀르뚜까 고현정 진공상태였어 나도 없었어 낡은 장난감 가게 안 오락실이었어 어린 라임 오렌지 나무가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었어 무의미한 강의도, 문학논문도, 시험도 없었어 헤밍웨이의 쿠바의 단골 카페 플로리디타의 음악소리가 흘러나왔어 음식을 볶는 기름 냄새. 냄비에 달그락거리며 부딪는 숟가락 소리도 들렸어 물컹한 어둠 뽀르뚜까의 눈물 두 방울이 어디선가 내 이마 위로 떨어졌어 뒤이은 건조한 휘파람 소리 끝내주는 오르간 소리가 몸을 뒤틀었어 음악이 소음이 될 때 오르간은 죽어버릴까 어린 라임 오렌지 나무가 불안해 보였어 다 자란 나는 묘사력이나 그 속에 담긴 철학ㆍ문학적 사색의 깊이가 돋보이는 책을 즐겨 읽었어 새벽 통증 졸음의 모호한 중간계의 소재도 즐겼어 진공상태였어 나도 없었어 나는 목줄기를 세우고 소리쳤어 이젠 장난감 가게를 떠나!! 안녕, 뽀르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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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자비로운 지식의 거룩한 백과사전
자비로운 지식의 거룩한 백과사전 ― 윌킨스 고현정 황제에게 속한 동물 방부 처리된 동물 훈련된 동물 젖먹이 돼지 인어 전설상의 동물 길 잃은 개 이 분류에 포함된 동물 무수히 많은 동물 고운 낙타털 붓으로 그린 동물 기타 동물 방금 꽃병을 깬 동물 멀리서 보면 파리를 닮은 동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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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피할 수 없는 진실이라는
피할 수 없는 진실이라는 고현정 지하철 스크린 도어 이름 지하철 역 이름은 No Love Lost 365일 성실한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 모두 나쁜 평을 받고 있다 스크린 도어의 무늬는 시리즈로 제작해 왔던 점 페인팅과 스핀 페인팅 나비 페인팅을 모두 멈추었고 다른 방식을 구상 중이다 로그인을 한다 로그는 통나무를 말한다 스크린 도어가 열리면 사람들은 통나무가 되고 싶어진다 도어의 무늬에 고야의 블랙 페인팅. 수틴의 그림들. 존 커린의 그림을 넣을 계획이다 피할 수 없는 진실이 그림들을 찢으며 열리고 닫힌다 사랑한다 사랑한다를 반복하던 사람들도 No Love Lost 역에서 도어에 부딪치면 무디고 짧은 통나무의 신음을 내뱉는다 사람들은 규칙을 깨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림들에서 까마귀와 해골 레몬 칼 스콜피온이 반복되어 나타난다 해골이 지하에 흐르는 사람들의 내면적 세계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