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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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지다
지다 고찬규 꽃 지기 전에 벌과 나비는 부지런히 일을 본다 꽃 지기 전에 볼일 다 본 벌과 나비는 꽃 지기 전에 온데간데없고 볼장다본 너는 꽃 지기 무섭게 열매로 남았다 하릴없이 나는 잎으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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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용산 바람 고찬규 바다에 닿기까지는 강물입니다 바람이 더 큰 바람을 만나 파도가 됩니다 촛농처럼 흘러내리는 당신의 눈물 오늘에야 촛불 하나 더합니다 가장 밝은 거리가 되는 날은 가장 바람 많은 날 바람이 모여 바람이 되어 바람을 일으킵니다 오늘이 크리스마스입니다 거리가 이렇게 환합니다 종소리는 곧 들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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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돌돌
돌돌 고찬규 돌과 돌이 만나 탑이 되니 두 손 모으고 소원을 빈다 돌과 돌이 만나 비석이 되니 그 앞에 엎드려 절을 한다 돌과 돌이 만나 계단이 되고 돌과 돌이 만나 난간이 되고 돌과 돌이 만나 담벼락이 되고 돌과 돌로 안팎이 된다 돌과 돌이 만나거든 파편을 주의하라 돌과 돌이 만나는 것도 돌고 도는 것 돌만 돌이 아니었으니 돌이 돌만도 아니었으니 꿈꾸는 돌 철학하는 돌 다윗이 던진 돌 부처가 된 돌 공자를 깨우친 돌 이성복의 뒹구는 돌 시가 되고 꽃이 되고 혁명이 되고 돌과 돌은 불꽃을 튀길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