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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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물들지 않고는 가까이할 수 없는 세계
(강조-인용자) 5) 고은경, 〈414만 마리의 비명... 지난해 동물실험 가장 많았다〉, 《한국일보》, 2021. 7. 28.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72812330004591 5) https://www.sfac.or.kr/theater/WZ020700/webzine_view.do?wtIdx=12484 인용된 대목처럼, 새벽은 돼지를 ‘식용 고기’로 대하며 인간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돼지를 먹는 일을 ‘자연의 섭리’라고 말하는 효신에게 돼지 역시 인간과 똑같이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는 것을 강조한다. 두 사람의 대화는 복잡한 논쟁처럼 보이지만, 새벽의 직설적인 화법을 비인간 당사자의 말이라고 생각해 보면, 문제는 의외로 단순하다. 생명을 가진 존재는 곧 쾌와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는 것. 효신은 새벽과 대립했지만, 빈집에 울리는 돼지 울음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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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극장 고은경 부유하는 청춘의 페르소나. 그를 수식할 때 곧잘 쓰이는 말이었다. 초미세먼지가 서울 전역을 뒤덮은 지 닷새째였다. 우리는 지하철역 앞에서 만났다. 두이는 마스크 끈을 최대한 당겨써서 눈 밑이 도드라진 모습이었다. 결막염에 걸린 그녀의 눈이 빨갰다. 안 그래도 큰 눈이 더 크고 돌출돼 보였다. 그녀가 쓴 마스크도 내 것보다 큼지막했다. 뭐가 저렇게 커 하고 생각하다 두이의 얼굴이 내 얼굴보다 작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보다 키가 크고 얼굴은 작은 두이. 나보다 시선을 끄는 매력이 있는 두이. 아무 옷이나 툭 걸쳐도 자신만의 아우라를 풍기는 그녀였다. 신경 써서 입어 봤자 어딘가 촌스러운 나와는 달랐다. 오늘도 두이는 언뜻 부조화한 느낌의 후드 티와 체크 스커트를 입었지만 꽤나 멋스러웠다. 싸구려 시계조차 두이의 손목에 둘러져 있으니 빈티지해 보였다. 공연 시작까진 이십 분 정도 여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