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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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악어 없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안보윤 소설가
[고봉준의 젊은작가 인터뷰_05] 악어 없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안보윤 소설가 고봉준 지독하게 추웠던 겨울도 막바지다. 곧 경칩과 춘분이 지나고, 한두 차례 꽃샘추위가 왔다 가면 완연한 봄이 시작될 것이다. 주말 아침 늦은 아침을 먹고 겨우내 쌓였던 먼지를 털었다. 지난겨울 신체의 일부가 되어 삭풍을 막아 주었던 두터운 옷들을 차곡차곡 쌓아서 세탁소에 맡기기로 한다. 일은 일을 부르는 법. 옷장을 정리하고 나니 무질서하게 쌓아 둔 책들과, 먼지와 커피 얼룩이 잔뜩 들러붙어 있는 책상에 눈이 간다. 방청소를 끝내고 옷을 맡기러 세탁소 가는 길, ‘봄’이 제일 먼저 찾아오는 곳은 주말의 근린공원이다. 지난 주말만 해도 제법 음산한 기운이 감돌던 아파트 군락 사이의 공원에 가족 단위로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다. 생각해 보니 이 인터뷰를 진행한 것도 벌써 두 달 전, 그러니까 겨울에 맺은 ‘인연’이 봄에 정리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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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가장 ‘아픈 눈’의 작가, 소설가 염승숙
〈고봉준의 '젊은작가' 인터뷰〉 가장 ‘아픈 눈’의 작가, 소설가 염승숙 고봉준 평일 오후인데도 고속도로는 주말처럼 막혔다. 고속도로에는 비상구가 없었다. 약속 장소인 홍대 앞으로 가는 내내 운전대를 잡고 있는 몸이 조금씩 흔들렸다. 이 거대한 교통 정체의 끝을 알고 싶어 귀는 교통방송에 던져 두었으나, 조바심이 난 몸은 연신 들썩거리기만 했다. 미리 준비해 두었던 인터뷰의 질문들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오직 약속시간에 맞춰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시내를 가로지르고 새로운 길로 접어들기를 몇 차례, 약속시간에 임박해서 홍대 앞에 도착했을 때는 차라리 마음이 편해졌다. 그제야 팽개쳐 두었던 질문들이 생각났다. 소설가 염승숙 2005년 월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두 권의 소설집을 출간했다. 『채플린, 채플린』과 『노웨어 맨』이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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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플롯의 해독제, 한유주 소설가
[고봉준의 젊은작가 인터뷰_06] 플롯의 해독제, 한유주 소설가 고봉준 3월 어느 날, 아주 잠깐 봄볕이 비치던 주말 오후에 홍대 부근의 〈창비 카페〉에서 소설가 한유주를 만났다. 한유주의 소설에 대한 일반적 평가는 극명하게 호오(好惡)로 나뉜다. 최근 한국 문학에서 이렇게 상반되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가 또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그녀의 소설이 ‘중간’이라는 습관적 미덕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인터뷰 전날, 나는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를 읽다가 ‘파시즘의 해독제’라는 표현을 발견했다. ‘철(Fe)’이라는 작은 제목을 달고 있는 부분은 주인공 ‘나’와 친구인 산드로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파시즘의 광풍이 유럽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던 때, 유대인인 ‘나’와 산드로는 우정을 쌓아 나가면서도 파시즘의 해독제를 발견하기를 열망하면서 청춘의 한 때를 보냈다는 것이 이야기의 대략적인 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