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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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간결하게, 강렬하게, 시인 이근화
[고봉준의 젊은 작가 인터뷰_03] 간결하게, 강렬하게, 시인 이근화 고봉준 * 시인은 좀체 투시되지 않는 존재다. ‘문단’이라는 곳에서 시인들을 많이 만나 본 것도 아니고, 그들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눠 본 적도 별로 없지만, ‘시(글)’와 ‘시인’은 묘하게 일치되지 않았다. 물론, 글과 사람이 일치되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하면 딱히 대답할 말은 없지만, 그리고 글과 사람의 일치가 문학의 당위적인 가치도 아니지만, 어쨌거나 소설가와 비교하면 ‘시’와 ‘시인’의 불일치는 놀라울 정도로 빈번하다. 어쩌면 이 불일치가 시인과 만나기를 주저하는 이유의 하나인지도 모른다. ‘시’를 매개로 ‘시인’을 만난 뒤,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시에 대한 이미지나 판단이 조금씩 바뀌는 경우가 많다. 이 멀어짐을 방지하려면 차라리 시인과 직접 대면하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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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문체와 이미지의 마성, 김유진 소설가
[고봉준의 젊은 작가 인터뷰_02] 문체와 이미지의 마성, 소설가 김유진 고봉준 * 프랑스의 독문학자 마르트 로베르의 책에는 소설의 정의불가능성에 대한 서술이 등장한다. 요약하자면 소설이 다른 어떤 예술 형식보다 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현실 세계는 “그것을 충실하게 그리느냐 그것을 변형시키느냐, 현실의 크기와 색깔을 보존하느냐 왜곡시키느냐, 그것을 비판하느냐 하는 것은 소설의 자유”이며, 그것들 가운데 어떤 것도 “소설로 하여금 책임을 느끼도록 강요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래전에 김유진의 등단작 「늑대의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그러니까 한 마을의 사람들이 정체불명의 이유로 폭사(爆死)한다는 소설적 설정을 접했을 때, 나는 우리 시대의 소설이 더 이상 ‘개연성’이나 ‘리얼리티’ 같은 19세기적 관념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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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끝없이 이어지는 서사의 괴물성, 최제훈 소설가
[고봉준의 젊은 작가 인터뷰_04] 끝없이 이어지는 서사의 괴물성 ─ 최제훈 작가 인터뷰 고봉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오는 길목, 나는 많이 아팠다. 특히 목이. 언제부턴가 유행성 감기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게 월동준비가 되어버려 겨울이 깊어지기도 전에, 그러니까 남들이 감기 증세로 병원 문턱을 넘나들기도 전부터 일찌감치 한바탕 감기와의 일전을 치르는 것이 연례행사가 되어버렸다. 특히 10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6주간 이어지는 ‘소설 이론’에 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던 터라 인터뷰를 세심하게 준비할 시간도 턱없이 모자랐는데, 목과 코, 그리고 천식환자의 그것처럼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발작성 기침 때문에 여러모로 상태가 엉망이었다. 이런 어수선한 가운데 12월 8일 저녁 7시 홍대 앞 카페 〈토즈〉에서 2011년에 가장 주목받은 신예소설가 최제훈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