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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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커버스토리 9월호
고명재, 「Love is always part of me」(《문장 웹진》, 8월호)를 읽고 매번 한 사람은 콩쥐의 이름을 다른 한 사람은 팥쥐를 맡아서, 등으로 몇십 킬로그램을 짊을 것 버티기 등을 진 입들이 더운 공기를 만들 때 두 개의 땀방울이 한 손등 위로 떨어질 때 발가락이 머리 위로 솟고 혀가 땅을 핥을 때 자신이 하난지 둘인지 잘 모를 때 눈을 크게 뜨기 energy and body, 퍼포먼스를 위한 드로잉,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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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오죽
오죽 고명재 한밤입니다 폐광입니다 죽은 연료입니다 내 안에 불빛 하나 보이지 않을 때 사랑하는 이들이 제 손을 잡고 깜깜하다며 오죽헌까지 데려갑니다 폭설이 펑펑 내린 기와집인데요 주변에 대나무숲이 무궁한데요 보아라 저게 바로 어둠의 장대다 새카만 댓줄기를 만졌습니다 자줏빛이 끝까지 가면 검정이라고 너무 끓인 팥죽 솥은 한밤이라고 대나무는 끝없이 살아남았습니다 히로시마에 원폭이 떨어졌을 때 대숲만 창창하게 남았다 합니다 그 외로움을 시라고 불러 봅니다 너는 시를 써라, 귀한 사람이니까 당신의 눈은 까맣고 흑발은 빛나고 오죽하면 까마귀 같다고 오죽(烏竹)일까요 장대 사이로 커다란 새가 날개를 털 때 댓잎이 눈발에 스치는 소리가 들리고 가슴에선 대나무 타는 소리가 납니다 바작바작 사물과 리듬이 일어섭니다 우리는 그렇게 나란히 걷다가 장난을 치다가 팔짱을 끼고 깔깔 웃다가 저녁이 오는 걸 보며 고요해집니다 어느덧 사랑채 앞에 멈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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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기르던 개와 천도재를
기르던 개와 천도재를 고명재 네가 땅을 디디며 신나게 달려나가자 내 눈은 황톳길처럼 붉어진다 산에 오니 너는 꽤 즐거워 보인다 여기 살래? 나비는 죄다 여기 모였네 슬플 때 승들은 저걸 그린대 단청이 눈에 푸르게 박히고 나는 단청을 그리는 승의 등을 상상해 본다 능선이 멀리서 뒤척거린다 나의 개가 순간 조용해진다 기르던 개가 화장火葬을 이해 못할 때 아직 불 속에 네가 있는 줄 알 때 너를 태우고 녀석이 불을 핥으려 한다 아직 칼을 핥진 않아서 다행이라고 그리움이 심한 날엔 강변에 간다 두 시간쯤 녀석은 강을 핥다가 입이 헐어 내 곁에 가로 눕는다 나는 지친 개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개들은 세상이 흑백으로 보인다고 하던데 탄광 속에서 너는 우리를 빛처럼 봤구나 단청을 그려도 이제는 저녁만 보겠네 개의 눈 속에 강물은 반짝거리고 나는 칼춤을 추는 마음을 알 것도 같고 그렇게 개와 나와 승들은 저마다 뭘 좀 잊어 보려고 함부로 눈이 다 타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