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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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사람 뜯어보는 재미로 사는 작가
사람 뜯어보는 재미로 사는 작가 강기희 소설가를 직업으로 살아가는 나. 본업과 부업이 따로 없는 전업 작가로 살아간다. 문학이 위기라는 말이 벌써 몇 해 전부터 전설처럼 떠돌고 있지만 아직 문학은 죽지 않았고, 나 또한 굶어 죽지 않고 소설 쓰는 일에 매달려 있다. 역시 전업으로 살아가는 어느 시인이나 소설가도 쌀이 없어 굶어 죽었다는 소문을 들은 바 없다. 지금도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강의실로 향하고 작가와 시인이 1년에도 몇 백 명씩 탄생하고 있는 상황을 본다면 문학은 위기가 아니라 여전히 청춘인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작가로 살아간다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졸부로의 수직 상승은커녕 하루를 겨우 연명하는 서민들의 생활 풍습도 따라 하지 못하는 소설가의 일상과 형편없는 경제적 빈곤. 이쯤 되면 아직 살아 있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대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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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겨울 동화
[단편소설] 겨울 동화 강기희 1 짧은 겨울 해가 산정에 걸리는가 싶더니 바람이 거칠게 일었다. 바싹 마른 낙엽이 공중으로 흩어지자 해는 산을 넘었고, 어둠이 밀려온 골짜기엔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눈을 몰고 온 바람은 밤새 문풍지를 흔들었다. 그 소리는 새벽이 되어서야 멀리 달아났고, 바람이 그친 골짜기엔 폭설이 쏟아졌다. 날이 밝자 새들이 먼저 하늘을 날았다. 새들은 풀대궁에 얹힌 눈을 털어내며 아침을 준비했다. 새들이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며 마른 풀씨를 쪼아 먹고 있을 때였다. 책방 문이 끼익 열리며 인기척이 났다. 2 “아이구, 뭔 눈이 이리도 많이 내렸을꼬. 눈이 처마 댓돌을 다 덮었네.” 얼마나 많은 눈이 내렸는지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마당인지 알 수가 없었다. 눈으로 인해 사라진 것은 길과 마당뿐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