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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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9)<가족, 그 두 번째 이야기> 이탈꿈꾸던 이들, 화해위해 적극 나서다
<가족, 그 두 번째 이야기> 글/고봉준 젊은 작가들이 벌이는 가족이라는 제도와의 사투 최근 김이설이라는 소설가의 장편소설 『나쁜 피』가 출간되었습니다. (사진 왼쪽)소설의 출간을 알리는 신문의 문화면에는 “가족이 위로의 대상이 아니라 불행의 원천 그 자체인 이들이 내지르는 비명으로 가득하다”라는 문장이 박혀 있습니다.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이 작가 역시 또래의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중산층의 가족 이데올로기인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에 메울 수 없는 ‘구멍’을 만드는 중인가 봅니다. 물론, 작가의 역량은 ‘가족’이라는 소재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닙니다. 문학은 언제나 ‘무엇’과 ‘어떻게’ 사이에서 긴장하는 발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한 소설가가 가족주의 이데올로기를 문제 삼았다는 사실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일 까닭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이 동일한 문제의식을 노출하고 있다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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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8>가족 이야기-첫번째: "아버지, 권력의 상징이자 생물학적 기원"
그 하나가 남자와 여자의 관계이고, 다른 하나가 남자와 두 아버지와의 관계입니다. 마을버스 운전기사인 주인공 남자는 몽유병을 앓고 있습니다. 몽유병이란 존재가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암시하는 병리학적 징후입니다. 그래서인지 남자에게는 두 명의 아버지가 있습니다. 두 번째 아버지가 등장하기 이전에 남자는 하나의 존재였고, 두 번째 아버지가 등장한 이후부터 남자는 두 개의 분리된 존재가 됩니다. 그러니까 몽유병의 원인은 두 번째 아버지의 등장이라는 사건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넌, 이미 멀리 갔다 왔단다. 니 엄마가 널 뱃속에 넣고 아주 멀리멀리 갔었거든.” 그렇지만 이 소설에서 두 명의 아버지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었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이 기억하는 남자의 생일이 다르다는 사실만이 중요합니다. 또 한 가지, 남자의 아버지가 무엇이든 다 고칠 수 있는 만물수리상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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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카바이드 불빛에 어른거리는 노동과 사랑 이야기
그는 조만간 출간될 두 번째 소설집 『고요는 어디 있나요』(2019, 근간) 원고 파일을 내게 보내줬다. 원고지 30매 내외의 짧은 단편과 다른 단편 모음집이었다. 여전히 소설의 목소리는 소설가의 목소리만큼이나 나직하고, 차분하고, 단단했다. 복도훈 : 2월에 풀무질 서점에서 만났는데, 그새 두 달이 지났다. 잘 지냈나? 하명희 : 올해 초에 33년 동안 성균관대 앞에 있었던 인문사회과학서점 풀무질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고민하다 그곳에 오는 사람들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매일 출퇴근을 했다. 소설에도 '물고기의 집'으로 등장하는 이 서점이 내겐 책과 사람들을 만난 특별한 공간이어서 가만있을 수가 없더라. 지금은 새 단편집 교정 중이어서 조금 바빴다. 복도훈 : 정말 부지런하다. 바로 작품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가도 되겠다. 『불편한 온도』에 실린 중편 「그림자들의 강」에는 소설가의 자전적 삶의 흔적이 짙게 배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