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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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흰, 국화 옆에서
흰, 국화 옆에서 안현미 가만히 들여다보면 누구나 환한 구석이 있기 마련이다 아무 일 아닌 일에도 심장이 뛰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벚꽃이 다녀가더니 목련이 오고 목련 뒤에는 라일락이 라일락 다음엔 작약과 아카시아가 아카시아에 이어 장미가 다녀갔다 그제는 마흔 살, 시인이 되고 싶다던 후배가 장미를 따라갔다 빌어먹을 흰, 국화 옆에서 가만히 들여다본다 장미, 아카시아, 작약, 라일락, 목련, 벚꽃…… 이어달리기를 하듯 왔다 간 환한 꽃들처럼 가만히 들여다보면 누구나 다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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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복도와 헤어지기
복도와 헤어지기 꽃병이 기울어지고 나는 돌아서 걸어 나왔지만 거기, 가슴이 떨어져 둥둥 떠 있었네 나는 텅 빈 얼굴을 하고선 뒤돌아 가슴에게로 갔네 말을 붙여도 가만히 있는 가슴 나는 가슴을 놔두고 다시 걸어 나왔네 긴 복도의 나날 숨이 멎고 돌아보는 어느 강물처럼 가슴이 둥둥 거기 떠 있었네 나는 텅 빈 옆구리를 하고선 뒤돌아 가슴에게로 갔네 말을 붙여도 가만히 있는 가슴 나는 가슴을 놔두고 다시 걸어 나왔네 뒤돌아 뛰어가는 골반을 하고 나는 계속 걸어 나왔네 뒤로 달리는 흰 눈동자를 하고 나는 계속 걸어 나왔네 말을 붙여도 가만히 있는 가슴 붉은 물방울의 나날 비스듬히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병실을 뒤로 하고 나는 계속 걸어 나왔네 꽃병이 기울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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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플라이
플라이 최세운 직선은 곡선이 되고 곡선은 직선이 되고 허공을 가르는 살갗이 찢 어지는 그리고 붉은, 플라이 벌어진 틈새로 갈라진 형태로 깊게 파인 직선과 곡선으로 원스트라이크투볼 쓰리아웃체인지 다시는 아물지 않 을 형태로 어둡지 않을 자세로 그대로 가만히 플라이 플라이 교실에서 나와 운동장을 가르는 기울어진 의자의 모습으로 더 깊이 플라이 형은 집에 없었고 직선은 곡선이 되고 곡선은 직선이 되고 허공을 가르는 살갗이 찢어지는 붉은, 플라이 글러브 안으로 손가락을 구부리면서 주 머니칼을 가만히 쥐면서 신발이 벗겨지고 머리가 감기고 허공을 가르 면서 더 깊이 플라이 플라이 급커브를 그리면서 킥, 킥, 머리 위로 쏟 아지는 중력을 느끼면서 도미노와 도미노 그대로 가만히 도미노와 도 미노 더 멀리 그리고 붉은, 포물선을 팔목에 긋는 사인을 기록해 기울 어진 의자의 모습으로 더 깊이 플라이 플라이 직선은 곡선이 되고 곡 선은 직선이 되고 멀리 더 멀리 붉게, 쏟아지는 플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