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틴10대 감성쟁이
명예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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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비평 코다 소녀의 인생 일부를 담아낸 영화- 김진유 감독, <나는보리>월장원 선정
청각장애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장녀 보리. 부모님과도 남동생 정우와도 별 탈 없이 지내지만, 문제는 가족 중 유일하게 들을 수 있고 수화가 어색한 사람은 보리라는 것이다. 자꾸만 자라나는 소외감에 보리는 결국 청각을 잃어버리고 언어장애를 가진 척 자작극을 벌이게 되고…. 이 영화는 농인의 자녀로 태어난 청인 소녀의 성장을 다루며 흔히 코다로 불리는 농인의 청인 자녀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리얼리즘적인 문체로 담아냈다. 영화 초반부에 코다로서 보리의 일상을 보여준 후, 가족과 함께 축제에 놀러 간 보리가 가족을 잃어버리는 전개가 등장한다. 이는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도 있는 초반부에 관객의 흥미를 붙잡아두는 역할을 해줄 뿐만 아니라, 보리가 느끼는 소외감을 다시 한번 관객한테 전해준다.(보리의 일상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도 보리가 코다로서 느낄 외로움을 알 수 있는 장치가 많았다) 또한 집에서 청각과 음성이 필요한 일을 어른스럽게 도맡아 오던 보리도 결국은 어린아이일 뿐이라는 걸 보리가 경찰서에 자기 발로 도착하고서 끝내 울음을 터트리는 것으로 관객에게 상기시켜 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장면들은 코다가 느끼는 감정과 보리의 성장이란 이 영화의 주제를 부각한다. 소외감을 받던 보리가 자신도 청각을 잃어버리고 언어장애를 가지게 됐다고 모두(친구인 은정을 제외하고)를 속이는 전개는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가 아무리 독립 영화라 한들 영화적 재미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이치다. 영화뿐만 아니라 소설이나 연극과 같이 서사가 들어가는 모든 예술은 평가와 제작에서 서사적 흥미를 등한시하면 안 된다. 서사적으로 흥미롭지 않은 서사는 널리 읽히고 알려질 수 없고 아무리 예술적으로 뛰어나다 하더라도 해 봤자 지식인(혹은 매니아)의 전유물로 그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저 전개는 이 영화에 서사적 흥미를 부여함으로써 이 영화가 독립 영화임에도 대중적으로도 경쟁력을 갖추게끔 만들어 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언젠가는 들킬 거짓말을 하고 그렇게까지 해서 가족과의 이질감을 없애고 싶던 어린 보리의 심리가 잘 들어나 있기도 하다. 이런 보리의 자작극은 이후 남동생 정우의 인공와우 수술을 말리려는 것으로 들키게 된다. 사실 보리가 스스로 자백한다. 어느 날 보리는 정우 그리고 고모와 함께 병원에 가게 된다. 의사의 말로는 정우가 인공와우 수술을 받으면 경보음 정도의 크고 높은 소리는 들을 수 있다고 고모에게 따로 말한다. 다만 수술의 부작용으로 축구와 같이 움직임이 많은 활동에는 제약이 생기는데, 문제는 고모가 엄마와 정우에게는 이 얘기를 빼고 말했다는 것이고 정우는 축구를 아주 좋아할뿐더러 수술 이후 축구 시합이 있단 것이다. 정우와는 달리 의사의 말을 두 귀로 똑똑히 들은 보리는 정우와 부모님에게 이 얘기를 꺼내야 할지 꺼내면 어떻게 꺼내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의사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걸 실토해야 하니 말이다. 이러한 전개는 보리가 진실을 밝히고 정신적인 성장을 이루는 데에 촉매 역할을 한다. 보리가 자작극을 벌인 후 날이 좀 지나고서 엄마와 아빠에게 각각 자기가 청각
작성일 2024-09-10 작성자 금안백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04상세보기 -
수필 혈액팔이 소녀월장원 선정
솜털 빽빽히 들어찬 뺨에 요상스런 열망을 물었던 열 네살의 기억을 빌려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내가 졸업한 중학교와 지금 재학중인 고등학교는 같은 재단 소유로, 건물과 건물이 붙어있는 구조다. 많은 인원수에도 불구하고 급식실은 하나였기에 중학생 시절의 나와 친구들은 오며 가며 고등학생의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모든 것은 헌혈버스를 목격한 일에서 시작되었다.회색과 크림색이 위아래로 반반 도색된 길고 거대한 버스는 한 눈에 봐도 특별해 보였고, 슥 지나가는 척 하며 내부를 몰래 들여다보려는 충동은 줄 서있던 고등학생들의 커다란 키 앞에 가로막혔다. 저 길다란 대열에 중학교 교복은 하나도 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적십자 관계자로 보이는 아저씨에게 나도 저거 시켜달라며 매달려 보기도 했다. 얼마 안가 만으로 열 여섯이 안되면 못한다며 퇴짜를 맞았지만 말이다. 적어도 운동장에서 뛰어다니고 잠도 비교적 잘 자는 신체 건강한 중딩의 피가 공부에 절여져 파김치같아 보이기까지 하는 고딩들의 피보단 수혈 받을 사람에게도 더 이롭지 않을까.. 이런 불만은 단짝에게도 토로했다. 배운거 많고 똑똑한 양반들이 헌혈에 나이제한을 건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거다-라는 생각은 일절 해보지도 않았다는 말이다. 그 시절 내 눈에 비친 나는 지극히 이성적이며 어른스러웠다. 게임기나 두들기는 수준 미달의 또래들보다 열 배는 더 읽는 책 따위를 생각하며 나의 우수성을 자찬하는 일은 일상이었고, 소설 속 간접경험에 세상을 다 알 것 같은 -그것은 특정 시기 모든 문학소녀들의 보편적•과도기적 특징이다 - 오만한 생각은 조그만 머리통에 가득 차 있었다. 아마도 말로만 듣던 헌혈버스가 실제가 되어 내 영역에 나타났고, 과자를 준다고 하니까 내 어린 마음 상당히 동했는데, 심지어 내가 기꺼이 피를 내주겠다는데, 이런 날 거부하다니 으윽 분하다..정도의 메커니즘이 아니었을까..? 한없이 어린 세상에 날벼락같았던 첫 거부의 경험. 피아노학원에는 내가 오기만을 기다려 날 반기는 선생님이 있었고 심지어 중학교에서 임원을 맡게 된 내게 학교 선생님들도 종종 도움 -잡심부름이다- 을 요청하는데도, 이런 내게 별 관심 없던 헌혈버스 관계자들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심지어 나를 거절하고도 나를 위로하려 한다거나 미안해한다거나 하는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세상이 나를 꼭 필요로 하진 않는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가늠해 가던 마음속에서 헌혈에 대한 은근한 호기심은 뿌리를 내려 욕망으로 번져갔다. 그날은 [오승근의 내 나이가 어때서]가 내 멜론 플레이리스트에 새롭게 추가되었다. 나중을 기약하며 잠에 들었던 유치찬란한 중학생은 훗날 같은 재단 고등학교에 입학한다.군자의 헌혈은 3년이 지나도 늦지 않는다고 했던가. 나는 심지어 생일이 느려 4년이나 기다렸다. 18세, 그러니까 고2가 되어서야 만 나이 조건을 만족할 수 있었다. 전날에 하도 설레서 늦은 밤까지 헌혈 불가 사유에 대해 찾아보다 잤다. 그나마 잠에 든 이유도 4시간 이상 숙면이었으리라, 아침밥도 챙겨먹었고, 먹은 약 없고,
작성일 2024-08-27 작성자 해강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273상세보기 -
수필 너 와 나 의 세계월장원 선정
*Maisie Peters-stay young과 함께 감상해주세요. 가사의 줄거리와 멜로디 음색을 곱씹으며 글을 읽는다면 좀 더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https://youtu.be/l8l_0jtE6Qw?feature=shared 처음 그 감정을 느낀 건 중학교 졸업식이 끝나고 2차로 학교 도서관에서 모여 친구들과 쌓인 회포를 풀면서였다. 나를 비롯해 친구들이 다들 사서 선생님과 연이 깊었던데다, 졸업식 날이라 도서관이 한산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우리는 겨울 햇볕이 환하게 드는 창가 근처에 둘러앉아 전날 약속했던 ‘랜덤선물 교환’을 했다. 다섯 명이 각자 작은 선물을 하나씩 사서 손수 포장한 뒤 나눠 가지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다-는 게 A가 주장한 랜덤선물 교환의 의의였는데, 정작 A 빼고는 모두 시간이 촉박하다는 변명을 대며 어이없는 선물을 가져왔다. 직접 그린 고양이 그림 액자와 손 편지, 디퓨저를 준비했던 A는 내가 당일 아침 학교 앞 문방구에서 사 온 유치한 립스틱 모양 사탕과 젤리 한 뭉치를 받았고, B는 C가 집에서 공수해 온 주유소 휴지와 교복 명찰 한 뭉텅이를 받았다. 그 뒤로도 이어진 황당한 선물들의 향연을 보고 이건 내가 생각한 그림이 아니라며 웃는 낯으로 절규하던 A와 그 모습을 보며 미친 듯이 웃던 친구들의 모습이 기억난다. A는 이런 의미의 추억을 생각한 건 아니었겠지만 뭐,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으니 어떤 의미에서는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는 데에 성공하긴 한 셈이다. 랜덤선물 교환이 끝나자 다들 가족과 외식 약속이 있다, 같은 반 친구들끼리 놀기로 했다는 이유를 대며 하나둘씩 사라졌고, 친구들을 배웅하던 B는 갑작스레 -야, 나 집 가서 기타 가져올까? 하고 묻더니 정말로 도보 3분 거리 집에서 기타를 가져왔다. 나와 친구들은 불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미끈한 기타의 표면과 B가 디리링, 하고 현을 퉁기자 감미로운 소리를 뱉어내는 울림통을 보며 감탄했다. B는 싱긋 웃으며 뭐 쳐줄까? 하고 물었지만 기타에 문외한인 우리가 침묵으로 대답하자 최근에 배운 노래라며 기타 현을 퉁겨 연주를 시작했다. 코타로 오시오의 <황혼>이었다. https://youtu.be/CTtUeNabfDk?si=DMkSE7jAMjhtW08O 우리는 먹먹한 멜로디에 빠져 홀린 듯이 노래를 감상했고, 이 순간을 영상으로 남겨야 한다는 강렬한 직감에 사로잡힌 나는 핸드폰을 꺼내 촬영을 시작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그때 찍은 영상을 본다. 노출을 잘못 조절해 과하게 밝은 영상이나 기타 현을 퉁기다 ‘새끼줄이 녹슬었네’라고 중얼거리는 B의 모습, 우리는 모르지만 본인만 아는 실수를 한 뒤 연주를 멈추자 “B야 계속해!”하고 속삭이는 C의 목소리, 그걸 듣고 “뭐? 계속하라고?”하며 당황하는 B의 표정, 연주를 방해하지 않으려 잔뜩 숨죽인 그때의 분위기 같은 것들이 영상에는 고스란히 담겨있다.너무도 완벽한 마무리였다. 나더러 중학교 졸업식을 소재로 소설로 쓰라고 해도 이만큼 완벽한 결말은 못 짓겠다 싶
작성일 2024-08-27 작성자 사즈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234상세보기 -
소설 끝은 언제나 도와 레월장원 선정
아직 다 크지 못한 나는, 이미 다 커버린 어른들을 두 가지 부류로 나누곤 한다. 나에게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어른과, 그 반대의 생각이 들게 하는 어른으로.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처음 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지원이라고 했지? 반가워, 나는 앞으로 너의 담임 선생님으로서 학교생활을 함께할….”사람을, 아이를 이런 식으로 볼 수가 있구나. 이렇게 따스하고 사랑스러운 시선이 존재할 수 있구나. 선생님을 처음 만나던 날, 나는 처음 본 선생님 앞에서 차마 눈물을 보일 수 없어 왼쪽 허벅지 안쪽 살을 날선 손톱으로 꼬집어야만 했다.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나왔지만, 하품했을 때 나오는 눈물보다 적어 별문제가 생기진 않았다.불행히도, 내 부모는 그때의 담임선생님관 다른 부류에 속해있는 존재들이다. 그걸 깨닫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졸업하는 시간 동안, 다른 친구들의 부모님과 나의 부모님을 비교하면서 얻은 결과였다. 그걸 깨달은 순간엔 조금 슬펐지만, 이젠 엄마 아빠가 숨 쉬듯이 내뱉고 행하는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게 상처를 주는 것들이란 걸 ‘인식’ 했기에 그리 아프진 않다. “뭘 또 그리 꿍해 있니? 친구야 새로 사귀면 될 것을.” ... 가령 저런 말처럼. 엄만 친구가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딸의 반감을 사기에 충분할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날 인정해주지 않고, 자기 줏대대로만 보며 제한하려는 그 꽉 막힌 사고에 상처받는 날 이해하려는 시도조차도 하지 않은 채.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질풍노도의 시기와도 졸업한 지금은, 그것에 둔감해져 한 귀로 흘릴 줄도 알게 되었다.그도 그럴 것이, 엄만 새로운 걸 쉴 새 없이 받아들이기엔 너무 늦은 나이에 날 낳았다. 엄마가 겪은 세월은, 마음을 딱딱하게 굳혀버렸다. 거북이의 등껍질, 소라게의 소라, 달팽이의 집처럼 견고하게….“…. 너 울어?”“…. 엄마, 나 오늘 떡볶이 해 주면 안 돼?"”“지지배가.. 몸에 좋은 걸 먹어야지….”“되냐고 안 되냐고오.”“알았어, 해 줄게, 해 준다고. 으휴, 울고 지랄이야. 울지 마, 거기 있지 말고 나와 있어. 바람 쐬고 냉수 좀 마셔라.”하지만 엄만 날 너무 사랑했다. 엄마 말을 한 귀로 흘릴 줄 알게 된 후엔 그걸 알 수 있었다. 엄마에게 받은 상처는 엄마를 향한 내 생각과 마음을 딱딱하게 굳혀놓았지만, 엄마의 그 마음을 안 순간 그 모든 것이 허물어져 버렸다. 그 무렵의 난, 마음을 견고히 굳히기엔 너무 어렸다.“…. 아빠 어디 가?”“…. 잠깐 밖에.”“아빠 담배 펴? 끊는다면서.”“….”“아, 아빠! 진짜….”아빤 엄마보다 네 살 어리다. 그래서 담배도 그리 잘 받아들였던 걸까. 아빤 내가 태어날 무렵 이직했던 회사에서 담배를 배웠다. (본인 말로는) 담배를 피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새로이 태어난 딸, 몸이 힘든 아내를 위해서라면, 높으신 분께서 권유하는 담배 정도야 눈 딱 감고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 담배는 내가 고등
작성일 2024-08-23 작성자 비구름31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310상세보기 -
시 수몰주방월장원 선정
식탁 위를 뛰어다니고 있어 미끈한 발바닥을 슥슥 비비자가련한 린넨이 풀썩심해로 주저앉았지발바닥 깊이 아슬아슬 찰랑거리는 물의 간지럼 그 둔탁한 단면발디딤마다 고운 입자 흰 휘장 피어올라석면의 소멸보다 더 빨리물구나무를 그만두면 주방이 잠길까 봐 벌게진 얼굴 벌서는 팔로구름같이 걸어다녔어방향이 쓰인 종이도 다 젖었다 날렵한 돌고래처럼 몸을 동글 구르면모든 몸짓에 모든 이름해초로 휘감긴 전등 물길을 밝히고양초의 무기력도 생소한 얼굴로 이리저리 떠다녔다발을 구르면 물고기떼 휘장같이 솟아났다허기져서 몰래 잡아먹은 흰동가리구피 금붕어 입을 슥 닦고 모른척 헤엄치다 내 입에서 뛰쳐나온 비명소리도 물에 녹아 사라진다물에 녹은 종이에 물에 녹은 글자는모든 이름이 되고누군가는 명부를 물에 던져서내가 있다
작성일 2024-08-21 작성자 해강 좋아요 0 댓글수 1 조회수 485상세보기 -
시 놓는 연습월장원 선정
마음을 오래 쥐었다가 놓으면손금이 깊어진다는 걸 알기 전 그러니 내가 아직 어린아이였을 때 창문을 열면 골목이 길게 쏟아졌다 넘쳐흐르는 아이들의 웃음 뒤엉켰다가 다시 흩어지는 동안 흙먼지처럼 피어오르는 즐거운 비명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 모두 모여서 길이 되었다 커튼 아래 숨어 버렸던 그때 펄럭이는 정오가 나를 휘감고 아이들의 옆으로 나를 데려다 놓을까 봐 나는 아직 아무 겉옷도 챙겨 입지 못했는데 내 겉옷은 서랍 가장 안쪽에 살고 있었다 긴 소매는 팔을 접어둔 채 잠들었고 마음에 드는 외투는 늘 계절과 맞지 않았다 쉽게 잠들고 말던 어린 날 눈을 감을 때마다 새로운 길을 상상했다 내일은 내게 어울리는 날씨가 찾아올 수 있도록 꿈을 꾸며 깊어졌다 외투의 주름이 스치는 곳에손금이 자라났고상처처럼 골목처럼 선명해져갔다 들었다가 내려놓는 일 사이에는 얼마나 많은 기분들이 손끝으로 모일까 나는 자주 굽는 어깨를 가지게 되었다 겉옷을 쥐었다 놓으면 결국 나는 놓아버린 사람 창문처럼 반쯤 열린 귓구멍 사이로 야 너도 나와 왜 안 나오는 거야 하는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나는 조금씩 깊숙해졌다 그러니 그때내가 아직은 놀이터에 가지 않고 바깥으로 걷지 않고 서랍 속을 방처럼 맴돌고 있을 때 시간의 주름을 놓아주며무수히 뻗어나가는 꿈을 꾸었다
작성일 2024-08-21 작성자 모모코 좋아요 1 댓글수 2 조회수 413상세보기 -
감성&비평 김화진의 <동경>을 읽고월장원 선정
가만히 앉아 동경의 마음에 대해 한참을 생각한다. 숭고하고 부드럽게 느껴지는 단어. 완전한 흰빛처럼, 숱한 사랑의 원형 같은 단어. 하지만 이내 내가 품은 동경의 마음들을 짚어내고는 생각을 바꾼다. 깨끗한 동경이라는 것은 실재하기 힘들다는 사실. 사랑에는 언제나 미움이 있고 성취에는 언제나 간과가 있으며, 증오에는 언제나 미약한 슬픔이 있다. 하나의 마음이 단일한 하나로 존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에 가까운지 나는 문득 깨닫는다. 이 소설 속 인물들 역시 깨끗하고 순수한 동경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그렇게 단순한 이름으로 묶인 우정이 아니다. 이들은 얽히고 갈라진다. 우리가 소중한 사람을 대할 때 자주 느끼는 마음처럼, 가까워지면 무심해지고 멀어지면 애틋해진다. 그럼에도 아름과 민아, 해든이 얇지만 질긴 실로 안온한 삼각형을 만드는 것은 때때로 찾아오는 무심함을 자꾸 되돌아보려는 태도에 있다. 아름은 천성으로, 민아와 해든은 사랑으로 그렇게 한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어른의 우정에 대해 상상했다. 의무적인 공간에서 의무적으로 붙어지내는 이들과 당연히 친구가 되는 삶. 하는 수없이 어설픈 관계가 친구라는 단어에 묶여 특별한 것처럼 포장되기도 하고, 그보다 훨씬 깊은 정도로 아끼고야 말게 되는 이들이 동일한 층위에 놓여 평범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어른의 우정은.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진 사람, 비슷한 것을 더 넓게 바라보는 사람, 유사한 상흔을 애써 덮고 있는 사람을 알아보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알아봄에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의 반짝임, 시야의 사려깊음, 괴로움을 견디는 일의 인내에 대한 동경이 있다. 나 역시도 친구가 되지 못했지만 질투하고 동경하는 사람이 있다. 혹은 멀고도 가까운 친구이기에 자조하고 동경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이 소설의 세 인물이 가진 삶의 일부와 태도의 일부를 조금씩 다 닮은 사람. 나는 아름이기도 민아이기도 해든이기도 하다. 동경의 마음은 복합적이라는 점에서 사람을 향한 것과 꿈을 향한 것이 닮았다. 동경은 때떄로 없던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나를 독려하기도, 있던 용기도 사라지도록 나를 주눅들게 하기도 한다. 아름은 후자를 거쳐 전자에 도달한다. 아름이 민아와 해든을 동경한 방식은, 리페인팅과 사진이다. 자꾸 그쪽으로 발을 내딛고 싶어지는 일을 진심과 능숙함으로 해내는 민아와 해든을 나름의 방식으로 동경한다. 아름은 싫은 말을 쉽게 하지 못하는 사람, 무심코 들은 한 마디에 마음을 다 해 괴로워하고 매번 다시 태어나는 사람이다. 이런 아름에게 민아와 해든은 소중한 친구인 동시에 인정 받아야 하는, 인정 받고 싶은 동료이기도 하다. 꿈을 향한 열망과 그 둘을 향한 사랑이 우둘투둘하게 결합되어 있는 형태인 것이다. 아나는 아름이 그 굴곡 위를 건너며 균형을 잡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다. 미아에 대한 신의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사진을 하러 가는 선택을 하기 어려웠던 아름이 결정을 내린 후, 한강공원에서 먼 앵글로 민아를 찍어주는 장면에서 특히 확실한 감동을
작성일 2024-08-12 작성자 담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66상세보기 -
감성&비평 우리가 서로 사랑하기 위해선, 서로를 먹어야 했다 -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을 읽고월장원 선정
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 거야 <구의 증명> 中 사랑이란 무엇일까. 때때로 이런 추상적인 것들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싶었다. 사람들마다 사랑에 대해 물으면 그것에 대한 답변은 다 다를 테니. 내 멋대로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었던 거일지도 모른다.사랑이 뭘까? 사랑은 뭐지.이리 물으면 네가 성숙해지면 알게 될 거야 라고 엄마는 말했지만 내가 언제 성숙해질지는 모르는 일이기에 그 때부터 무작위로 온갖 사랑을 다룬 책들을 보았다. 개인적으로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내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나의 선호도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최대한 다양한 형태를 다룬 소설을 보고자 했다. 소설도 안 된다면, 영화나 드라마. 혹은 수필 같은 걸로. 최대한 많은 사랑을 접하고자 노력했다.<구의 증명>은 그런 과정 속에서 접한 책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친구의 말을 듣고 읽기로 마음을 먹었다. 시험이 끝난 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같이 간 서점. <구의 증명>을 들고 있던 내게 내 친구는 뭐라고 말했던가.“사람들은 저거야말로 사랑을 말한다고 하던데, 난 솔직히 모르겠어. 뭐라 할까. 역겹다고 해야 하나. 그게 사랑이라면 사랑은 역겨운 거라고 생각이 들어.”원래도 <구의 증명> 자체가 유명하니 책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딱히 읽을 생각은 없었다. 어린 사람이 읽기에는 심오하며 내용 자체가 유쾌한 편은 아니니 커서 읽어야 이 책의 진미를 느낄 수 있다나 뭐라나. 나 역시 어두운 내용의 책은 취향이 아니었으므로 읽더라도 나중에 가서 읽자, 라는 막연한 생각만을 가진 채 그저 <구의 증명>을 지나쳐가곤 했다.그러나 친구의 말은 내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역겨운 사랑이라니. 역겹다는 말과 사랑이라는 황홀적인 그 감정을 붙인 그 말은 모순적이면서도 한 편으론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구의 증명>은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길래 그 모순적인 말을 친구의 입에 담게 만든 것인가. 늘 소설책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말하던 친구였던 탓에 더욱 궁금했다.그 이후로 내가 <구의 증명>을 읽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침 내 생일은 그 당시, 얼마 남지 않는 시점이었으며 무슨 생일 선물이 갖고 싶냐 는 친구의 물음에 <구의 증명>이라는 책 좀 사줄 수 있어? 라고 내가 답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기에. 그렇게 내 생일 당일 날, <구의 증명>은 정말 나의 생일 선물처럼 내게 왔다. 공부를 해야 되니 나중 가서 읽자고 생각했던 나의 마음가짐과 달리. 나는 받은 그 자리에서 <구의 증명>을 다 읽어버렸다. 현재 시점에서는 이미 3회독을 마친 상태이다. 책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는 것은 나의 성미와 맞지 않지만 <구의 증명>은 내가 다시 한 번 읽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아마 이 글을 쓴 후에도 한 번 읽을 계획이니. 어쩌면 <구의 증명>은 5번 이상 같은 책을 읽지 않겠다는 나의 철학을 깰 책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구의 증명>은 꽤나 내게 특별하게 다가온 책이었으므로. 이 글을 통해 <구의 증명>에 대한
작성일 2024-08-12 작성자 난바다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93상세보기 -
수필 기내식물!월장원 선정
그 당시의 나는 공부에 미쳐있었다.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들은 설령 그게 어떤 가치를 지니더라도 모두 쳐내는 단호를 몸에 꽁꽁 두르고선 나를 향한 호의조차도 시간을 뺏어갈까 노심초사 날선 상태로 받아들이곤 했다. 경직된 고3 새학기 3월, 학교에선 텃밭인원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붙었다. 반별로 지원자를 뽑아서 텃밭에 씨를 심고 가꾸는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고3이 무슨 텃밭이야 공부할 시간 뺏기게..저걸 누가 해 하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지원자가 꽤 있었다. 작년에 같은반이었던 친구들과 새로 같은반이 된 애들 몇몇이 텃밭 농부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벛꽃과 함께 찾아온 중간고사 시험기간. 나는 점심을 거르고 공부했다. 그 50분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내가 시험준비 과정에 있어 나태하지 않았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밥을 먹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꼬르륵 소리로 자각하고자 하는 의도가 컸다. 잘 가고 있는가. 내가 진짜로 간절했나 매일 확인하던 불안한 마음은 그렇게라도 달랬다. 길고 긴 7교시도 점심시간을 무시해버리면 조금 일찍 끝나는 것도 같아서 점심밥을 거르는 날들이 관성적으로 지속되었다. 그렇게 나는 애들이 다 밥을 먹으러 뛰쳐 나간 점심시간마다 창문 옆 스탠딩 책상에서 영어 본문을 외웠다. 머릿속으로 읽어보는 영어 문장에 하나 둘 끼어드는 웃음소리 물 호스소리. 창문 바로 아래에는 텃밭이 있었고 나는 거기서 호스 끝을 쥐고 무지개를 뿌려대는 광경의 목격자가 되어버린 것이다!너무 즐거워 보였다. 지금 사지 않으면 큰일난다고 말하는 홈쇼핑처럼 날 저 십대의 청춘에 탑승시킬 막차가 눈앞에 엎질러지듯 급정거한 것이다. 애써 무시하려는 생각조차 날려버린 광경은 비이성적인 판단이 앞서게 만들었다. 샤프를 책상에 내동댕이치고 창문 아래 풍경으로 뛰어들어가기로 했다. 과거의 나라면 비웃을 선택을 내지른 채로 반에서 나와서 복도를 지나치고 계단 두 층을 연속적으로 뛰어 내려가 스터디카페같은 자습실에 들어가서 반대편 바깥이 통하는 문에 달린 드르륵 탁 하면 열리는 방충망을 틱 열고서 친구들에게 손 인사를 했다.그러나 시작부터 완전히 반해버렸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소개팅에서 처음만난 두 사람이 아무리 첫눈에 반하더라도 맹렬한 사랑고백부터 하진 않듯이 나는 텃밭과 초면이었기에 날뛰는 마음을 아껴두고 기본적인 말부터 시작했다. "물 내가 줘봐도 돼? 이건 무슨 식물이야? 모종삽 달라고? 아, 응 여기! 쌤 안녕하세요, 아 저는 텃밭 아닌데 그냥 구경하러 온 거에요" 심지어 나는 속으로 고3이 무슨 텃밭이냐며 불평까지 한 전적이 있기에 분주한 친구들 사이에서 더욱 쭈뼛거렸다. 그러나 그랬던 마음이 무색하게 텃밭과 친구들은 성큼 내 마음으로 들어와 앉았다. 영어지문은 나 없이 퍽 쓸쓸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 당시 내 눈엔 그런 건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서 점심시간마다 물을 주는 친구들을 따라 나도 텃밭에 들르게 되었다. 텃밭이라는 단어는 19살과 잘 안 어울린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텁텁해보이는 인상의 그 이름이 숨긴 어떤 청춘
작성일 2024-07-18 작성자 해강 좋아요 1 댓글수 0 조회수 505상세보기 -
시 흰 벽월장원 선정
흰 벽 앞에 서면 늘 주문을 외운다.예루살렘에는 통곡의 벽이 있대. 눈물이라는 상징을얻은 벽이라니. 그곳 앞에서 울어도 무엇 하나 이상하지 않다니.흰 벽에 가로막힌 내 영혼은자주 손가락으로 세는 버릇이 있다 어떤 잘못들에 대하여부끄러움에 대하여 표정에 대하여반성은 짧고 그래서 죄가 된다는 오래된 문장에 대하여흰 벽은 영원하고 그곳 앞에 선 나는쉼 없이 운다밤 끝자락 없이 운다그렇게 한 세기는 흘렀다고 한다그렇게 한 세기는 흘렀을까그러한 방식으로 시간은 흐른다그러한 방식으로 시간은 흘렀을까외로움만 안고 돌아가는 흰 벽...아무래도 우는 것이다흰 벽, 나는 오래도록詩로써 더럽혀왔다.흰 벽 앞에 서면 늘 주문을 외운다.눈물이란 이상하지. 한 세기가 아니라영원토록, 모두에게 공평한 이 투명함이.
작성일 2024-07-17 작성자 옥상정원 좋아요 3 댓글수 1 조회수 618상세보기 -
시 일기2(등대지기와 바닷바람)월장원 선정
노랑 하양 반복과속방지턱 맨발의 슬리퍼 한걸음 한걸음앞전진청록색 연록색 나무잎 까쓸까쓸 울퉁불퉁이름표 태산목 목련과 학명 Magnolia grandifora성상 상록활엽교목분포지역 아프리카 쓰임새 관상용죽은 나뭇잎 딱딱 바삭 회색 반점무냄새 하리보 젤리 껍질 고개 회전옆은 바람옅은 바람 태극기 ADHD 뭍은 바람 뭍은 물결 비린냄새 회색 구름 녹슨 농구대 초록속 황토색 나무속 죽음 으슬으슬 찬 바람 바디 워시 냄새 풀냄새 검은건 글자 흰건 종이 애초에 아무것도
작성일 2024-07-17 작성자 김백석 좋아요 1 댓글수 0 조회수 345상세보기 -
감성&비평 '우리'만의 세계에서 성장은 유예된다-드라마 '하이라키'를 보고월장원 선정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하이라키' 비평으로, 다수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상시 유의해주세요. '하이라키'의 줄거리를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하고 싶으시다면 유튜브에서 하이라키 몰아보기 영상 등을 감상하는 것도 권장드립니다 :)작년 이맘때 ‘청담국제고등학교’라는 드라마를 봤었다. 사실 나는 계급과 학교를 결합한 종류의 드라마를 싫어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레드벨벳의 멤버 예리가 주연으로 나온다기에 ‘정주행’을 시도해봤던 거다. 드라마의 줄거리는 정말 내 예상대로 뻔했고, 자극적이었으며 소위 말하는 ‘상류계급’ 캐릭터들에게선 오만과 독선이 분 단위로 뚝뚝 묻어나왔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저런 대사를 치지…’ 소리가 절로 나오는 손발 오그라드는 대사를 남발함은 물론이었고. 그런데도 예리 연기는 너무 보고 싶어 친한 친구에게 실시간으로 징징거리면서 결국 끝까지 봤다(친구야 미안하다!). 그런데 한날은 그 친구가 이렇게 물었다. “너는 예전부터 이런 드라마 싫어하더라. 근데 왜 싫어해?” 그 말을 듣고 내가 여태껏 ‘이런 드라마’를 싫어하면서도, 그 이유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당시에는 곰곰이 생각을 해 봐도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어서 “그냥” 이라고 얼버무렸다. 그렇지만 친구의 질문은 꽤 오랫동안 내 머릿속의 물음표로 남았고 ‘피라미드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처럼 학교와 계급 갈등(을 곁들인 학교폭력)을 결합한 류의 작품을 볼 때마다 떠올랐다. 올해 6월에 노정의와 이채민이 주연이라는 말을 듣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하이라키’를 보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사회문화니, 매체 윤리니, 학교에서 뭔가를 배우기는 했어서 그런 지식을 토대로 물음을 해소하려 해봤지만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이런 류의 작품들 중 몇몇 작품을 보며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했는데, 왜 잘못되었는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애초에 어떤 건지 대답할 수가 없었다. 답답했다. 단순히 ‘윤리적이지 못해서’, ‘자극적인 소재로 수익만을 추구하니까’라고 답을 내기에는 꼬리 질문이 계속해서 쌓였다. 사람마다 윤리의 기준은 다르지 않나? 비도덕적이라는 이유로 이런 작품을 비판하면, 윤리적인 작품만 칭찬받아야 하나? 그냥 사회 통념적으로 그러니까, 라기에는 근거가 너무 빈약하지 않나? 너는 항상 작가와 감독이 수익성을 위해 자극적인 소재를 이용할 뿐이라고 비판하지만, 진짜로 사회비판을 목적으로 만들었을 수도 있지 않나? 나를 완전히 질리게 만든 질문은 ‘그리고, 시험이 3주 남은 마당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였고, 이 생각이 들었을 때는 그냥 집어치우고 공부나 해야지, 하는 삐쭉한 마음이 들었다.그러다 사회문화 수행평가 준비를 위해 김창남 교수님이 쓰신 「대중문화의 이해」의 마지막 챕터를 읽던 중 조금이나마 해답을 찾게 되었다. 내가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부분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문화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필연적으로 정치적이어야하며, 우리가 문화를 이해하고 그 문화를 긍정적인
작성일 2024-07-10 작성자 사즈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303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