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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 작성일 2005-10-31
  • 조회수 244

낭독자 : 정 양/정 양

어금니

 

 

정  양

 

 

미당 선생 고향에 묻히는 날

어금니 뽑으러 나는 치과에 간다

함께 조문 가자던 친지들이

하필 오늘 뽑느냐고

투덜거리며 전화를 끊는다

 

투덜거리지들 마시라, 핑계가 아니다

미당 선생은 따뜻한 산자락에 묻히고

내 어금니는 단골 치과 피 묻은

쓰레기통에 버려질 것이다

 

소주병도 척척 까던 어금니

미움도 절망도 야물게 씹어삼키던

이 세상 험한 꼴들을

이를 악물고 용서하던 어금니

오랜 세월 시리고 욱신거리고

악취 머금고 치과에 드나들면서

뽑지 말고 어떻게든 살려보자던

이제는 혀만 닿아도 캄캄하게 아픈 어금니

 

아픔도 오래 견디면 슬퍼지는가

혀만 닿아도 캄캄하게 아픈 슬픈 시인아

욱신거리며 조문 가는 대신

야물게 씹어삼킬 것들을 위하여

이를 악물고 용서할 것들을 위하여

 

차창 밖 눈 녹는 겨울햇살이

어금니 속에 시리게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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