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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 작성일 2007-03-06
  • 조회수 663

낭독자 : 도종환/허만하

   

이별

 

허 만 하

 

 

자작나무 숲을 지나자 사람이 사라진 빈 마을이 나타났다. 강은 이 마을에서 잠시 방향을 잃는다. 강물에 비치는 길손의 물빛 향수. 행방을 잃은 여자의 음영만이 짙어가고

파스테르나크의 가죽 장화가 밟았던 눈길. 그는 언제나 뒷모습의 초상화다. 멀어져가는 그의 등에서 무너지는 눈사태의 눈부심. 눈보라가 그치고 모처럼 쏟아지는 햇살마저 하늘의 높이에서 폭포처럼 얼어 있다.

 

우랄의 산줄기를 바라보는 평원에서 물기에 젖은 관능도 마지막 포옹도 국경도 썰렁한 겨울 풍경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선지피를 흘리는 혁명도 평원을 건너는 늙은 바람도 끝없는 자작나무 숲에 지나지 않는다. 시베리아의 광야에서는 지도도 말을 잃어버린다. 아득한 언저리뿐이다.

 

평원에서

있다는 것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그는 뒷모습이다.

휘어진 눈길의 끝

 

엷은 썰매소리 같은 회한의 이력

아득한 숲의 저켠.

 

풍경을 거절하는

나도

쓸쓸한 지평선이 되어버리는.

--- 허만하 시집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 솔,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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