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 작성일 2008-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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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김해자
어무이,
오늘은 혼자 사는 친구 어무이께 살을 보냈십니더
세상에 등 떠밀린 후배가 우렁이와 함께 고이 키워낸 하얀 살
보내고 나니 하얗게 하얗게 눈이 내립니더
청춘의 반나마 쫓기고 갇혀 지낸 불효막심한 친구 어무이께
살을 보내는 것은 내 저지른 죄 한 톨이나마 덜기 위함입니더
아가 아가, 뭐시 묵고잡냐?
핏덩이 손녀딸 우유 먹이고 재우며 끼니때마다
김 모락모락나는 하얀 살밥 고봉으로 퍼담으시던 어무이,
의료보험증도 통장도 없는 막내딸 몇 달째 산바라지 하다
살 한 가마 연탄 삼백 장 탑처럼 쌓아두고 울며 가시던 당신이 생각나서입니더
살로 태어나 살 먹고 살 부벼 살 낳으신 어무이,
당신이 빚어놓은 이 살로 이 삶 다하도록 살다
살 다 벗어던져 아픔 없는 세상에서 만냅시더 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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