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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동울음상점

  • 작성일 2008-04-07
  • 조회수 344

낭독자 : 장이지/장이지

안국동울음상점

 

장이지




나선형의 밤이 떨어지는 안국동 길모퉁이, 밤 푸른 모퉁이가 차원의 이음매를 풀어주면, 숨 쉬는 집들, 비칠대는 길을 지나 안국동울음상점에 가리.

고양이 군은 바닐라 향이 나는 눈물차를 끓이고 나는 내 울음의 고갈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진열장에 터키석처럼 놓여있는 울음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고양이 군은 ‘혼돈의 과일들’이니 ‘그믐밤의 취기’니 ‘진흙 속의 욥’이니 ‘거위 아리아’니 ‘뒤집힌 함지(咸池)’니 하는 울음의 이름들을 가르쳐주겠지.

나그네가 자신의 그림자에게 말하듯 내가 고양이 군에게 무언가 촉촉한 음악을 주문하면 스탄 겟츠의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가 바다 밑처럼 깔리리. 나는 내 안의 함지에서 울음을 길어다주는, 이 세상에서 내 울음을 혼자만 들어주는 소녀 같은 것을 상상하며 그 아이가 아픈 것은 아닌지 어떤지 걱정을 하게 되리.

밤이 깊도록 나는 눈물차를 이백(李白)처럼 마시리. 내가 등신대의 눈물방울이 되는 철없는 망상에 빠져.

그러나 새벽이 오기 전에는 돌아가야 하리. 내일의 일용할 울음을 걱정하며 내가 일어서려 하면, 고양이 군은 ‘엇갈리는 유성들과도 같은 사랑’을 짐짓 건넬지도 모르리. 손에 가만히 쥐고 있으면 론도 형식의 회상이 은은히 퍼지는.

지갑은 텅 비었지만 울음을 손에 쥐고 고양이 군에게 뒷모습을 들키면서, 보석비가 내리는 차원의 문을 거슬러 감동 없는 거리로 돌아와야겠지. 비가 내린다면 맞아야하리. 비의 벽 저편 어렴풋 내 울음을 듣는 내 귀가 아닌 내 귀의 허상을 응시하면서, 비가 내린다면 역시 맞아야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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