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까마귀 클럽」 중에서
- 작성일 2021-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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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까마귀 클럽」 중에서
지금 이 사람들은 뭘 하는 걸까요. 느닷없이 파이팅을 외치더니 ‘프로틴’이라는 사람이 다짜고짜 화를 내기 시작합니다. 프로틴은 민이 어머니나 춘희 아버지, 원장님 같이 이 자리에는 있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한바탕 분노를 퍼붓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잠자코 듣고 나더니 프로틴이 화를 낸 방식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합평을 해줍니다.
‘까마귀 클럽’은 ‘화를 못 내는 사람, 억울하면 눈물부터 나오는 사람’들을 ‘노력형 분노자’로 만들어주는 모임입니다. 말하자면 화내는 연습을 하러 모인 사람들이에요. 굳이 연습해서 화를 내야 할 만큼 평소에는 누구에게도 화를 내지 못하는 순하디 순한 사람들이지요.
하지만 도대체 왜 화를 못 낼까요. 착하고 순하고 마음이 약해서일까요. 이들의 직업을 알고 나면 조금 다른 생각이 듭니다. 이들은 텔레마케터, 운전 학원 강사, 유치원 교사, 공부방 운영 교사 등 일종의 서비스직에 종사하고 있어요. 화를 못 낸다기보다 화를 내서는 안 된다 여겨지는 직종에 근무하고 있네요.
무례와 부당함 앞에서 화가 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화를 낼 수 없는 처지 여서 그저 참는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소설가 편혜영
작가 : 이원석
출전 :〈까마귀 클럽〉 (쓺/문학의 이름으로, 2021년 상권) p.273-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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