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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희, 『첫 문장』 중에서

  • 작성일 2019-01-24
  • 조회수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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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희│『첫 문장』을 배달하며…



오래 전 새의 시선으로 찍은 동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한 남자가 행글라이더처럼 생긴 작은 기구에 카메라를 단 뒤 새의 비행 속도와 눈높이에 맞춰 세계 여러 장소를 다닌 영상물이었어요. 다만 고도 하나가 바뀌었을 뿐인데 풍경 자체가 다르게 다가와 놀란 기억이 납니다. 하물며 우리와 다른 몸, 다른 영혼을 지닌 존재를 상상한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그게 나와 가장 가까운 타인, 가족을 이해하는 일이라 하더라도요. 첫 문장을 적는 두려움을 생각합니다. 모든 작가가 겪는 어려움이지요. 그걸 고백한들 잘 해결되지도 해소되지도 않는 어려움, 이해를 유예시키는 방식의 이해를 떠올리며, 첫 문장과 다음 문장 또 그 다음 문장을 쓴 모든 작가 분들에게 존중과 존경의 마음을 담아 마지막 편지를 띄웁니다. 오랜 시간 그 문장과 함께해준 여러분께도요. 모두 건강하시기를. 감사합니다.

소설가 김애란



작품 출처 : 윤성희 소설, 『첫 문장』, 130-133쪽, 현대문학, 2018.



문학집배원 문장배달 김애란

• 1980년 인천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졸업
• 소설집 『바깥은 여름』, 『달려라. 아비』, 『비행운』, 『침이 고인다』, 『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 장편소설 『두근 두근 내 인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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