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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노찬성과 에반」 중에서

  • 작성일 2017-08-04
  • 조회수 1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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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출처 : 김애란 소설집 , 『바깥은 여름』, 79-81쪽, 문학동네, 2017년.




김애란 │ 「노찬성과 에반」을 배달하며…




이 작품을, 고통과 선택 그리고 상실에 대한 소설이라고 읽는 것은 어떨까요. 찬성은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소년입니다. 소년이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 옆 화단에 묶인 늙은 개를 발견했을 때, 저는 외로운 존재 둘이 서로를 알아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개를 에반이라고 부를 때, 이제 소년이 조금 덜 외로워지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에반은 큰 병에 걸립니다. 소년은 에반의 지독한 고통을 없애주려고 합니다. 사랑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개를 안락사 시키기 위해 돈을 모읍니다. 소년의 그 슬픈 목표는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소설이 마지막을 향해 치달아갈수록, 읽는 이는 안절부절 못하게 됩니다. 가장 낮은 곳에, 가장 작고 허약한 존재들이 있습니다. 어두운 고속도로 옆 갓길을 하염없이 걸어가는 소년의 마지막 뒷모습을 오래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소설가 정이현




ⓒ 이상엽

문학집배원 문장배달 정이현

- 정이현 소설가는 1972년 서울 출생으로 성신여대 정외과 졸업, 동대학원 여성학과 수료, 서울예대 문창과를 졸업했다. 단편 「낭만적 사랑과 사회」로 2002년 제1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이후 단편 「타인의 고독」으로 제5회 이효석문학상(2004)을, 단편 「삼풍백화점」으로 제51회 현대문학상(2006)을 수상했다. 작품집으로 『낭만적 사랑과 사회』『타인의 고독』(수상작품집) 『삼풍백화점』(수상작품집) 『달콤한 나의 도시』『오늘의 거짓말』『풍선』『작별』『말하자면 좋은 사람』『상냥한 폭력의 시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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