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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수, 「착한 사람 문성현」

  • 작성일 2015-05-01
  • 조회수 2,248





“ 인생은 계속되어야 해.
우리에게 남은 것을 가지고 계속 나아가야 해.”

- 존 업다이크, 장편 「달려라, 토끼」 중에서 -



윤영수, 「착한 사람 문성현」






출생

착한 사람 문성현(文成賢)은 1957년 7월 서울 종로구 동숭동 130번지에서 태어났다. 경상도 합천의 천석꾼이던 고조부 문천웅이 전답을 처분한 돈으로 서울로 올라와 자리를 잡은 지 어언 80년, 토박이 서울 양반은 아니로되 그만하면 사대문 안에서 남부럽지 않은 남평(南平) 문씨(文氏) 집안의 장손이었다.
성현의 출생이야말로 집안의 경사였다. 그의 할아버지 문희수와 할머니 김입분의 기쁨은 비할 데가 없었다. 슬하에 육 남매를 두었건만 아들이라고는 막내로 태어난 성현의 아버지 문덕규 하나뿐이었던지라 며느리를 들인 후로는 두 양주가 하루 한 시간이 멀다하고 자손을 고대해 오던 터였다.
할머니 김입분은 성결이 세고 급했다. 가슴에 담은 생각이나 말을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거나 내뱉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아들 덕규의 혼사를 치른 지 두 달이 채 못 되어 그녀는 ‘이렇게 소식이 없다니 집안의 대가 끊길 것이 분명하다.’며 드러내어 걱정하기 시작했다. 걸핏하면 며느리 이경순을 불러 내외의 은밀한 정분까지 낯이 뜨거울 정도로 족대겼다.
성현의 어머니 이경순은 서울 남산골이 친정이었다. 시댁만큼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효와 법도를 중시하는 유학자 집안의 장녀로서 타고난 기품이 차분하고 온순했다. 덕규는 아내 이경순을 좋아했다. 어머니의 괄한 성질이 좀 무엇하던 그로서는 아내의 유순함이 마음에 들었다. 그들의 애정은 한결같았다. 훗날 덕규가 병을 얻어 이경순을 홀로 남겨 두고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비록 길지 않은 십여 년의 세월이었지만 그들은 서로를 진심으로 위하고 고마워하며 한 쌍의 원앙처럼 다정하게 살아갔다.




▶ 작가_ 윤영수 - 소설가. 1952년 서울에서 태어남. 1990년 《현대소설》에 단편 『생태관찰』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대표작으로 『사랑하라, 희망없이』『소설 쓰는 밤』『내 안의 황무지』 『자린고비의 죽음을 애도함』 『귀가도』등이 있음.


▶ 낭독_ 박성연 - 배우. 연극「목란언니」, 「아가멤논」, 「그을린 사랑」, 「천하제일 남가이」등에 출연


배달하며

분명 이 「착한 사람 문성현」은 픽션, 소설입니다. 꾸며낸 이야기이지요. 그런데도 이따금 이 문성현이라는 사람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꼭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만 같고 또 그래주었으면 해서요.
최근에 어떤 젊은 화가가 쓴 책을 읽었는데요, 그림은 많이 지우고 그릴수록 깊어진다고 합니다. 그건 세상과 사람과 사물을 오염없이, 과장 없이 보는 방식을 가져야만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착한 사람들이 만든 마을에서 착한 사람들이 만든 빵을 먹으며 착한 사람들이 만든 책을 읽는, 오늘 밤엔 그런 꿈을 꾸고 싶습니다.


문학집배원 조경란


▶ 출전_『착한 사람 문성현』(창비)

▶ 음악_ BackTraxx - classical1 중에서

▶ 애니메이션_ 강성진

▶ 프로듀서_ 양연식

서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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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숙 배우의 목소리로 듣는 김숨 소설가의 「벌」

봄을 세 번 나는 동안 벌통들에서 차례로 벌들이 부활했다. 벌들로 들끓는 벌통들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죽은 아버지가 되살아난 것만 같은 흥분에 몸을 떨었다. 아카시아꽃이 지고 온갖 여름 꽃들이 피어날 때, 마씨와 나는 벌통과 함께 산에 들었다. 마씨는 벌들이 날아가지 못하게 벌통을 흰 모기장으로 감싸고 지게에 져 날랐다. 마씨의 뒤를 따르는 내 손에는 해숙이 싸준 김밥 도시락이 들려 있었다. 그날따라 너무 깊이 드는 것 같아 주저하는 내게 그가 재촉했다. “꽃밭을 찾아가는 거야. 조금 더 가면 꽃밭이 있지.” 정말로 조금 더 가자 꽃이 지천이었다. 토끼풀, 개망초꽃, 어성초꽃, 싸리나무꽃··· 홍자색 꽃이 흐드러지게 핀 싸리 나무 아래에 그는 벌통을 부렸다. 벌통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마씨와 내가 알몸으로 나뒹구는 동안 벌들은 꿀을 따 날랐다. 고슴도치 같은 그의 머리 위로 벌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나는 꿈을 꾸듯 바라보았다. “당신 아내가 그러데, 나비를 기르면 좋을 거라고. 나는 나비가 벌보다 무서워. 우리 할머니가 나비 때문에 눈이 멀었거든. 도라지밭을 날아다니던 흰나비의 날개에서 떨어진 인분이 눈에 들어가서···” “해숙은 착한 여자야.” “착한 여자는 세상에 저 벌들만큼 널렸어!” “널렸지만 착한 여자와 사는 남자는 드물지.” 여름내 마씨와 내가 벌통을 들고 산속을 헤매는 동안 해숙은 아들과 집을 보았다. 우리가 돌아오면 그녀는 서둘러 저녁 밥상을 차려내왔다. 먹성이 좋은 마씨를 위해 그녀는 돼지고기와 김치를 잔뜩 넣고 찌개를 끓였다. 그녀에게 나는 산속에 꽃밭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벌과 나비가 어울려 날아다니는 꽃밭이. “우리도 데려가면 안 돼?” 그녀는 꽃밭을 보고 싶어 했다. “꽃밭까지 가는 길이 험해서 안 돼. 가는 길에 무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무덤들 중에는 내 아버지 무덤도 있지.” “근데 읍내 정육점 여자가 내게 묻더라.” “뭘?” “사내 하나에 계집 둘이 어떻게 붙어사느냐고.” “미친년!” “정말 미친년이야. 내가 살코기하고 비계하고 반반씩 섞어 달라고 했는데, 순 비계로만 줬지 뭐야.” 눈치챘던 걸까. 아니면 벌과 나비가 어울려 날아다니는 꽃밭을 보고 싶었던 걸까. 그날도 마씨와 나는 벌통과 함께 산에 들었다. 해숙이 우리를 몰래 뒤따르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나는 모르는 척했다. 해숙은 산벚나무 뒤에 숨어 마씨와 내가 토끼풀밭 위에서 알몸으로 나뒹구는 것을 지켜보았다. 날이 어두워져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들은 마당에서 혼자 울고 있었다. 부엌 도마 위에는 해숙이 정육점에서 끊어온 돼지고기가 덩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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