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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 원작, 마이클 패트릭 히언 주석,『주석 달린 크리스마스 캐럴』

  • 작성일 2014-12-26
  • 조회수 1,223



“어머나, 과일 케이크를 굽기에 좋은 날씨구나!”


- 트루먼 카포티, 단편 「크리스마스의 추억」 중에서 -



찰스 디킨스 원작, 마이클 패트릭 히언 주석


『주석 달린 크리스마스 캐럴』






“메리 크리스마스일세, 봅!”
스크루지가 그의 등을 툭툭 치면서 정말로 진지하게 말했다.
“여러 해 동안 내가 자네한테 했던 인사보다 더 즐거운 메리 크리스마스일세, 이 친구야! 내가 자네 봉급을 올려주고 자네의 어려운 살림도 도와주려고 노력할 참일세. 그러니 오늘 오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주교님 크리스마스 칵테일1) 이나 같이하면서 자네 사정에 대해 얘기를 좀 나누자고, 봅! 어서 불을 더 지펴. 그리고 기역자 하나 더 적기 전에 어서 가서 석탄 한 통 더 사오게, 봅 크래칫!.”
스크루지는 자기가 약속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행했다.2) 그는 이 모든 것을 했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이 했으며, 꼬마 팀은 안 죽고 살아 있었기에 스크루지가 이 아이의 제2의 아버지가 되어주었다. 그는 이 친숙한 도시, 아니 이 친숙한 세상의 그 어떤 다른 도시, 지방도시, 자치도시의 그 어떤 사람보다도 좋은 벗이자 좋은 사장님이자 좋은 사람이 되었다. 어떤 이들은 그가 그렇게 변한 걸 두고 비웃기도 했으나, 그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는 이 지구상에서 무엇이든지 좋은 일이 벌어지면 처음에는 누군가 늘 그걸 실컷 비웃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현명하게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자들은 어차피 눈이 먼 사람들이기에 이들이 비웃는 눈웃음 때문에 눈을 찡그리는 쪽이 질병 때문에 좀더 보기 흉한 모습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그는 가슴속으로 껄껄 웃어넘겼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는 더 이상 정령들과 교류하지 않았을 뿐더러 이후로는 그런 이상한 경험에 대해서는 완전금주3) 원칙으로 지냈다. 그래도 늘 그에 관해 말할 때는 살아 있는 사람 중에서는 아마도 크리스마스를 가장 잘 보낼 줄 아는 사람이라고들 평했다. 이런 말이 우리한테도, 우리 모두한테도 진실로 해당하기를! 그래서 꼬마 팀이 말했듯이, 하느님이 우리 모두를 하나 같이 축복하시기를!



1) 이 크리스마스 펀치 칵테일은 18세기에 인기가 많던 주점의 음료였다.
2) 정령들을 만난 후 개심한, 스크루지의 눈에 띄게 따뜻해진 마음을 보여준다.
3) 여기서 디킨스는 알코올 ‘독주spirits’와 초자연적 ‘정령spirits'을 연결하는 말장난을 하고 있다.




▶ 작가_ 찰스 디킨스 - 빅토리아 시대에 활동한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1812년 영국 포츠머스 출생. 지은 책으로 『올리버 트위스트』『데이비드 코퍼필드』『두 도시의 이야기』등이 있음.


▶ 주석_ 마이클 패트릭 히언 - 빅토리아 시대 아동문학 전문가. 지은 책으로 『신화, 마법, 수수께끼』『주선 달린 허클베리 핀』등이 있음.

▶ 낭독_ 오민석 - 배우. 연극 「만파식적」, 「봄은 한철이다」, 「바람직한 청소년」 등에 출연
이현균 - 배우. 연극 「맘모스 해동」, 「바람직한 청소년」, 「세자매」 등에 출연



배달하며

이 책을 바탕으로 오늘은 저도 본문에 주석을 몇 개 붙여보았습니다. 스크루지가 만약 과거, 현재, 미래의 정령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이렇게 달라지지 않았겠지요? 그가 행복했던 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기 방에 있었고 또 앞으로 자신의 잘못을 고칠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 때문인가 봅니다. 스크루지는 훨훨 날아갈 것 같은 기분으로 이렇게 외칩니다.
“나는 과거, 현재, 미래 모두 잊지 않고 살겠소!”
정령들을 만난 후의 스크루지 같은 벗, 스크루지 같은 사장님이 우리에게도 있으면 좋을 텐데요. 아무튼 오늘은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문학집배원 조경란


▶ 출전_『주석 달린 크리스마스 캐럴』(현대문학)

▶ 음악_ Backtraxx - piano 중에서

▶ 애니메이션_ 강성진

▶ 프로듀서_ 양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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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세 번 나는 동안 벌통들에서 차례로 벌들이 부활했다. 벌들로 들끓는 벌통들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죽은 아버지가 되살아난 것만 같은 흥분에 몸을 떨었다. 아카시아꽃이 지고 온갖 여름 꽃들이 피어날 때, 마씨와 나는 벌통과 함께 산에 들었다. 마씨는 벌들이 날아가지 못하게 벌통을 흰 모기장으로 감싸고 지게에 져 날랐다. 마씨의 뒤를 따르는 내 손에는 해숙이 싸준 김밥 도시락이 들려 있었다. 그날따라 너무 깊이 드는 것 같아 주저하는 내게 그가 재촉했다. “꽃밭을 찾아가는 거야. 조금 더 가면 꽃밭이 있지.” 정말로 조금 더 가자 꽃이 지천이었다. 토끼풀, 개망초꽃, 어성초꽃, 싸리나무꽃··· 홍자색 꽃이 흐드러지게 핀 싸리 나무 아래에 그는 벌통을 부렸다. 벌통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마씨와 내가 알몸으로 나뒹구는 동안 벌들은 꿀을 따 날랐다. 고슴도치 같은 그의 머리 위로 벌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나는 꿈을 꾸듯 바라보았다. “당신 아내가 그러데, 나비를 기르면 좋을 거라고. 나는 나비가 벌보다 무서워. 우리 할머니가 나비 때문에 눈이 멀었거든. 도라지밭을 날아다니던 흰나비의 날개에서 떨어진 인분이 눈에 들어가서···” “해숙은 착한 여자야.” “착한 여자는 세상에 저 벌들만큼 널렸어!” “널렸지만 착한 여자와 사는 남자는 드물지.” 여름내 마씨와 내가 벌통을 들고 산속을 헤매는 동안 해숙은 아들과 집을 보았다. 우리가 돌아오면 그녀는 서둘러 저녁 밥상을 차려내왔다. 먹성이 좋은 마씨를 위해 그녀는 돼지고기와 김치를 잔뜩 넣고 찌개를 끓였다. 그녀에게 나는 산속에 꽃밭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벌과 나비가 어울려 날아다니는 꽃밭이. “우리도 데려가면 안 돼?” 그녀는 꽃밭을 보고 싶어 했다. “꽃밭까지 가는 길이 험해서 안 돼. 가는 길에 무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무덤들 중에는 내 아버지 무덤도 있지.” “근데 읍내 정육점 여자가 내게 묻더라.” “뭘?” “사내 하나에 계집 둘이 어떻게 붙어사느냐고.” “미친년!” “정말 미친년이야. 내가 살코기하고 비계하고 반반씩 섞어 달라고 했는데, 순 비계로만 줬지 뭐야.” 눈치챘던 걸까. 아니면 벌과 나비가 어울려 날아다니는 꽃밭을 보고 싶었던 걸까. 그날도 마씨와 나는 벌통과 함께 산에 들었다. 해숙이 우리를 몰래 뒤따르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나는 모르는 척했다. 해숙은 산벚나무 뒤에 숨어 마씨와 내가 토끼풀밭 위에서 알몸으로 나뒹구는 것을 지켜보았다. 날이 어두워져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들은 마당에서 혼자 울고 있었다. 부엌 도마 위에는 해숙이 정육점에서 끊어온 돼지고기가 덩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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