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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의 「겨울빛」을 배달하며

  • 작성일 2023-12-14
  • 조회수 3,305

시인 이수명

   추운 겨울이 오면 무엇이든 잘 보인다. 운동장에는 추운 줄도 모르고 빨갛게 언 얼굴로 공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있다. 거기서 멀지 않은 뒷골목에는 무너진 담을 넘어가는 개가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춥다, 추워, 말하면서 자꾸 뛰는데” 이런 호들갑도 친근하다. 무엇이든 선명해지는 것 같다.

   그런데 금방 해가 기운다. 겨울빛은 짧고 빨리 풀이 죽는다. 지금 막 산책을 시작했다 해도 찬 기운이 스미기 전에 벌써 귀가할 생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보지 못한 무엇인가 있는 것 같다.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사람이 하나 있”는데, 겨울의 날들은 너무 빨리 문을 닫는 것이다. 나는 그냥 돌아서지를 못한다. 무엇인가 주워온다. “깨진 조각 죽어 있는 빛”들이다. 그 시들어 죽어 있는 빛 속에, 내가 발견하지 못한 사람이 들어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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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근 시인의 목소리로 듣는 「환한 집」

환한 집 강우근 나의 어린 조카가 나를 좋아한다고 한다. 누나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너의 그 칙칙함을, 무표정을 좋아해” 가족 모임에 불편하게 앉아 있는 나의 모습이 만화에 나오는 부기라는 옆집 아저씨를 닮았다고 많은 것을 무서워해 바깥을 안 나가는 부기 아저씨를 소피라는 꼬마가 매번 불러내어 모험이 시작된다고 나는 그런 조카를 하루 맡아주기로 하고 “나는 하얀 집에 살고 싶어” 조카는 가방에서 스케치북에 그린 집을 꺼낸다. 여름에는 태풍이 오고, 가을에는 은행이 터져 나가고, 겨울에는 폭설이 떨어질 텐데. 하얀 집은 금세 검어질 것이다. 우리의 테이블에 놓인 생크림 케이크는 작아질수록 포크 자국이 어지럽게 남아 있다. “삼촌은 어떤 집에 살고 싶어?” 나는 검은 집이라는 말을 삼키고 환한 집이라고 대답하며 애써 웃는다. 조카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고 환한 집은 어떤 집일까, 생각에 잠기는 사이 생크림 케이크에는 검은 파리 한 마리가 죽어 있다. 나는 서둘러 케이크를 치우고 조카가 돌아온 테이블에는 새롭게 놓인 생크림 케이크 “······삼촌이 배가 고파서” “삼촌에게 추천해 줄 케이크의 맛이 아주 많아.” 환한 빛이 우리를 비추는 동안 우리는 생크림 케이크를 아무런 근심 없이 나눠 먹는다. 『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창비, 2024)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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