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황인찬 , 「법원」

  • 작성일 2020-12-17
  • 조회수 2,531






황인찬 ┃「법원」을 배달하며


할머니의 세월을 생각해본다. 아침마다 양동이에 쥐덫을 빠뜨리고 그것이 죽을 때까지 흔들리는 물을 가만히 바라보던 할머니. 죄를 지으면 저곳으로 가야 한다고, 언덕 위의 법원을 가리키던 할머니. 일상의 잔혹에는 무감각하고 권력의 상징에는 공포심을 내면화한 영혼, 그것은 근대사와 현대사가 훈육하고 길들인 우리의 영혼이다. 그러나 쉿, 법원이라는 이름의 상징 권력에 포획되면, 물에 빠진 쥐처럼 버둥거리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그런 소문이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던 세월이 있었다. 근대사의 유령 같은 그 세월의 그늘 속에서 우리는 자라서 어른이 되었다.
2020년 코로나19 펜데믹의 정세 속에서 다시 베스트셀러로 회귀한 까뮈의 소설 『페스트』를 읽는데 죽은 쥐가 밖으로 기어 나왔다. 이제 할머니도 안 계시는데, “저 차갑고 축축한 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황인찬의 질문을 떠올렸다.


시인 김행숙


작가 : 황인찬

출전 :『구관조 씻기기』(민음사, 2012)



김행숙

추천 콘텐츠

강우근 시인의 목소리로 듣는 「환한 집」

환한 집 강우근 나의 어린 조카가 나를 좋아한다고 한다. 누나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너의 그 칙칙함을, 무표정을 좋아해” 가족 모임에 불편하게 앉아 있는 나의 모습이 만화에 나오는 부기라는 옆집 아저씨를 닮았다고 많은 것을 무서워해 바깥을 안 나가는 부기 아저씨를 소피라는 꼬마가 매번 불러내어 모험이 시작된다고 나는 그런 조카를 하루 맡아주기로 하고 “나는 하얀 집에 살고 싶어” 조카는 가방에서 스케치북에 그린 집을 꺼낸다. 여름에는 태풍이 오고, 가을에는 은행이 터져 나가고, 겨울에는 폭설이 떨어질 텐데. 하얀 집은 금세 검어질 것이다. 우리의 테이블에 놓인 생크림 케이크는 작아질수록 포크 자국이 어지럽게 남아 있다. “삼촌은 어떤 집에 살고 싶어?” 나는 검은 집이라는 말을 삼키고 환한 집이라고 대답하며 애써 웃는다. 조카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고 환한 집은 어떤 집일까, 생각에 잠기는 사이 생크림 케이크에는 검은 파리 한 마리가 죽어 있다. 나는 서둘러 케이크를 치우고 조카가 돌아온 테이블에는 새롭게 놓인 생크림 케이크 “······삼촌이 배가 고파서” “삼촌에게 추천해 줄 케이크의 맛이 아주 많아.” 환한 빛이 우리를 비추는 동안 우리는 생크림 케이크를 아무런 근심 없이 나눠 먹는다. 『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창비, 2024)

  • 관리자
  • 2024-06-14
김소연의 「내리는 비 숨겨주기」를 배달하며

  • 관리자
  • 2023-12-28
황인찬의 「겨울빛」을 배달하며

  • 관리자
  • 2023-12-14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