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김선우, 「거미」

  • 작성일 2015-10-07
  • 조회수 1,982


김선우, 「거미」





새벽잠 들려는데 이마가 간질거려
사박사박 소금발 디디듯 익숙한 느낌
더듬어 보니, 그다


무거운 나를 이고 살아주는
천장의 어디쯤에
보이지 않는 실끈의 뿌리를 심은 걸까


나의 어디쯤에 발 딛고 싶어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의 발은 혼처럼 가볍고
가벼움이 나를 흔들어
아득한 태풍이 시작되곤 하였다


내 이마를 건너가는 가여운 사랑아
오늘밤 기꺼이 너에게 묶인다





_ 김선우 - 시인. 1970년 강원도 강릉 출생. 1996년 《창작과비평》겨울호로 등단. 지은 책으로 시집 『내 몸속에 잠은 이 누구인가』『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장편소설『캔들 플라워』, 에세이집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등이 있음.


낭송 _ 성경선 - 배우. '한여름밤의 꿈', '가내노동' 등에 출연.


배달하며

새벽잠 들려는데 그녀를 간질이는 것은 거미가 아니라 시다.
사박사박 익숙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실끈에 매달린 뿌리를 깊이 내린 시의 혼을 뒤집어쓰고 태어난 시인.
소금발에서 아득한 태풍까지 가여운 그 사랑을 안고 기꺼이 생애를 건너가는 시인을 만난다.
묶여라! 시인이여! 어찌 오늘밤뿐이랴.

문학집배원 문정희



▶ 출전_『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문학과지성사)

▶ 음악_ 심태한

▶ 애니메이션_ 케이

▶ 프로듀서_ 김태형

문정희

추천 콘텐츠

강우근 시인의 목소리로 듣는 「환한 집」

환한 집 강우근 나의 어린 조카가 나를 좋아한다고 한다. 누나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너의 그 칙칙함을, 무표정을 좋아해” 가족 모임에 불편하게 앉아 있는 나의 모습이 만화에 나오는 부기라는 옆집 아저씨를 닮았다고 많은 것을 무서워해 바깥을 안 나가는 부기 아저씨를 소피라는 꼬마가 매번 불러내어 모험이 시작된다고 나는 그런 조카를 하루 맡아주기로 하고 “나는 하얀 집에 살고 싶어” 조카는 가방에서 스케치북에 그린 집을 꺼낸다. 여름에는 태풍이 오고, 가을에는 은행이 터져 나가고, 겨울에는 폭설이 떨어질 텐데. 하얀 집은 금세 검어질 것이다. 우리의 테이블에 놓인 생크림 케이크는 작아질수록 포크 자국이 어지럽게 남아 있다. “삼촌은 어떤 집에 살고 싶어?” 나는 검은 집이라는 말을 삼키고 환한 집이라고 대답하며 애써 웃는다. 조카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고 환한 집은 어떤 집일까, 생각에 잠기는 사이 생크림 케이크에는 검은 파리 한 마리가 죽어 있다. 나는 서둘러 케이크를 치우고 조카가 돌아온 테이블에는 새롭게 놓인 생크림 케이크 “······삼촌이 배가 고파서” “삼촌에게 추천해 줄 케이크의 맛이 아주 많아.” 환한 빛이 우리를 비추는 동안 우리는 생크림 케이크를 아무런 근심 없이 나눠 먹는다. 『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창비, 2024)

  • 관리자
  • 2024-06-14
김소연의 「내리는 비 숨겨주기」를 배달하며

  • 관리자
  • 2023-12-28
황인찬의 「겨울빛」을 배달하며

  • 관리자
  • 2023-12-14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2건

  • 포엠스타

    언제나 마음에 힐링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아름다우신 문정희 시인님! 문운과 건강을 기원합니다.^___^ 슬픔을 베고 어둠을 덮고// 포엠스타(정민기)/// 슬픔을 베고/ 어둠을 덮고// 한 번쯤은/ 빠져보고 싶었다// 허우적거리다가/ 말더라도// 연애도 익어가고/ 애인도 물들어가고// 그것은 가을 하늘처럼/ 멀리 갈수록 높아져 간다// 낙엽에 쫓겨/ 강아지풀처럼 꼬리 숨기더라도// 그대와 슬픔을 한 잔/ 나눌 때마다 나는 울었다// 그 눈동자에 내가 머물고/ 내가 잠들고 내가 깬다// 내 무릎에 가을을 앉히고/ 하늘을 재우다가 내가 잠들었다// 올망졸망/ 하나로 뭉쳐가는 구름들// 노을 벤치에 앉아 와인을 마시고/ 하늘 어딘가에 있는 골목길로 들어설 것!//

    • 2015-10-07 21:44:32
    포엠스타
    0 / 1500
    • 0 / 1500
  • 둠벙에빠진달

    거미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웅크리고 앉아 있다가, 몸속에서 투명한 실을 줄줄 뽑아내어 시처럼 예쁜 집 하나 허공에 뚝딱 걸어 놓네요. 거미네 집엔 지나가던 바람도 머물러 가고, 햇볕도 내려와 졸다 갑니다. 나비도 잠자리도 흉내 내다가 딱 걸렸습니다. 시인에겐 새벽잠에 가볍게 간질이며 사박사박 소금밭 디디듯 익숙한 느낌이 시이지만, 시작(詩作)을 익히는 초심자에겐 언제나 머릿골이 지끈거리는 불면의 흰 새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시이더군요. 오늘도 배달해 주신 시,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 2015-10-08 06:05:13
    둠벙에빠진달
    0 / 1500
    • 0 /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