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이준규, 「이 비」

  • 작성일 2014-04-30
  • 조회수 2,378

이준규, 「이 비」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지금 빗살무늬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너를 향하고 있다. 이 비는 지금 좋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지금 너를 향해 내리고 있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탄천에 내린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다리를 꼬고 있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순록이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겨울이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너를 위해 세운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지금 중랑천을 때린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관사를 버리고.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허기를 향한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향기인가.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지금 울고 있는가.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그치지 않는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너를 향한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너를 향했을 뿐이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좋다.



▶ 시_ 이준규 - 1970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났다. 2000년 《문학과사회》 여름호에 「자폐」 외 3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흑백』, 『토마토가 익어가는 계절』, 『삼척』, 『네모』 등이 있다.


▶ 낭송_ 황종권 - 시인. 1984년 전남 여수 출생. 2010년 경상일보 신춘문예에 시 「이팝나무에 비 내리면」이 당선되어 등단.



배달하며

가령 비 오는 날, 아니 비 좋은 날 어느, 비 오는 거리가 내다보이는 유리창 큰 커피 집에 앉아서 이 시를 중얼중얼 읽어나간다면 누군가도 그 곁에서 이 시를 중얼중얼 따라 할 것 같고 또 그 곁의 곁에서 중얼중얼 덩달아 따라 읽을 것 같고 그것이 향기의 합창이 되어 빗속에 퍼져나갈 것만 같습니다. 비가 한 차례씩 올 때마다 대지에서 초록이 한 켜씩 솟아오르겠지요? 이 비는 좋다, 이렇게 말하면 그 초록은 더 빛날 듯합니다. 이 비, 아주 가까운 비를 이 시에서 느낍니다.


문학집배원 장석남


▶ 출전_ 『삼척』(문예중앙)

▶ 음악_ 조성래

▶ 애니메이션_ 제이

▶ 프로듀서_ 김태형

장석주

추천 콘텐츠

강우근 시인의 목소리로 듣는 「환한 집」

환한 집 강우근 나의 어린 조카가 나를 좋아한다고 한다. 누나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너의 그 칙칙함을, 무표정을 좋아해” 가족 모임에 불편하게 앉아 있는 나의 모습이 만화에 나오는 부기라는 옆집 아저씨를 닮았다고 많은 것을 무서워해 바깥을 안 나가는 부기 아저씨를 소피라는 꼬마가 매번 불러내어 모험이 시작된다고 나는 그런 조카를 하루 맡아주기로 하고 “나는 하얀 집에 살고 싶어” 조카는 가방에서 스케치북에 그린 집을 꺼낸다. 여름에는 태풍이 오고, 가을에는 은행이 터져 나가고, 겨울에는 폭설이 떨어질 텐데. 하얀 집은 금세 검어질 것이다. 우리의 테이블에 놓인 생크림 케이크는 작아질수록 포크 자국이 어지럽게 남아 있다. “삼촌은 어떤 집에 살고 싶어?” 나는 검은 집이라는 말을 삼키고 환한 집이라고 대답하며 애써 웃는다. 조카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고 환한 집은 어떤 집일까, 생각에 잠기는 사이 생크림 케이크에는 검은 파리 한 마리가 죽어 있다. 나는 서둘러 케이크를 치우고 조카가 돌아온 테이블에는 새롭게 놓인 생크림 케이크 “······삼촌이 배가 고파서” “삼촌에게 추천해 줄 케이크의 맛이 아주 많아.” 환한 빛이 우리를 비추는 동안 우리는 생크림 케이크를 아무런 근심 없이 나눠 먹는다. 『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창비, 2024)

  • 관리자
  • 2024-06-14
김소연의 「내리는 비 숨겨주기」를 배달하며

  • 관리자
  • 2023-12-28
황인찬의 「겨울빛」을 배달하며

  • 관리자
  • 2023-12-14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3건

  • 익명

    이 비는 좋다...!

    • 2014-06-08 23:16:31
    익명
    0 / 1500
    • 0 / 1500
  • 채연

    오늘 잠깐 비가 시원하게 내려서 이 시를 감상하게 되었다. 평소에 비가 오면 날씨 우중충하고 기분이 우울해서 비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시를 감상하면서 비오는날 때의 좋은기억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았고 화자가 비오는날에대해 느낀 감정을 이해할 수있었다

    • 2017-07-10 06:25:32
    채연
    0 / 1500
    • 0 / 1500
  • 윤지현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면 비를 형상하는 느낌이든다. 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감할수있는 것 같다. 20204박예빈

    • 2018-05-30 11:18:18
    윤지현
    0 / 1500
    • 0 /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