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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네가 버린 영수증을 들고

  • 작성자 눈금실린더
  • 작성일 2023-12-29
  • 조회수 522

오늘은 꼭 방 좀 치워커튼도 좀 개키고 방이 너무 어둡잖아 아무리 어두운 게 좋다고 하더라도 햇빛이 들어와야 사람이 에너지를 얻지식탁에 빵이랑 딸기잼 있으니까 배고프면 챙겨 먹어잘 있을 수 있지괜히 걱정하게 하지 말고나갔다 올게네가 쓸고 지나간 이마에 손가락의 차가운 온기가 느껴지고향초에서 탄 내가 나는 것 같아서 손을 휘휘 내저었는데 가벼운 나무 냄새만 손에 묻을 뿐이었다 소이 왁스액체가 고체로고체가 액체로액체가 기체로빽빽한 노트와 네가 적어 내린 화학식은 이런 걸 설명해줄 수 있을까궁금해서 입속으로 중얼거렸다이산화 탄소수산화 나트륨칼륨황산 수소티타늄입안에서 비릿한 맛이 나입구를 묶고 있는 철사를 아무렇게나 풀어서 던져버렸고 물컹거리는 식빵을 베어 물었다 진득한 게 싫어서 잼은 바르지 않고 너는 프라이팬에 앞으로 2분 뒤로 3분 약한 불로 구운 땅콩버터 샌드위치를 좋아했다고 생각하면서 습기를 머금어 눅눅해지려는 식빵을 손가락으로 부스러트리고씹고 있었지 치아가 맞부딪히면서 혀와 음식물이 만나면서 침이 고여 조금은 고소한 맛아밀레이스가 포도당이 되고 그것이 식도를 타고 내려갈 때 느껴지는 찰나의 감각익숙하다고 생각했고 어색할 것은 하나 없었다 창밖에는 날벌레 두 마리가 정신없이 날아다니고 있는데 그때 창문을 열자는 생각이 왜 들었던 거지방충망까지 걷어 젖히고는 그 모습을 한없이 바라봤다다정해 보여벌레에게 든 생각이라고 하기엔 아무래도 따뜻하고 베란다에 나와 서 있는 발바닥은 시리다슬리퍼도 신지 않았고 방 안에 보일러도 틀지 않았으니까.

우리는 조금 더 따뜻해져야 하는 걸까네가 언젠가 물었던 기억이 있는 것만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아서그때 너는 무슨 이유로 내게 물었는지나는 무슨 대답을 했는지그날 온도는 따뜻했는지,

생각하며 걸을 때쯤 무심코 내디딘 왼발에 쓰레기통이 걷어차였고 엎어졌다휴지와 잔 비닐그리고 무언가 흘러나왔는데.

엎어진 쓰레기통에서 흘러나온 건 구겨진 영수증 펼치면 예각과 둔각이 어지럽게 섞여있는 너의 글씨체가 적혀있다 검은색 볼펜으로, 0월 00일 (0000)에 들릴 것 0000이라고 말할 것 0000, 0000

영수증에 적힌 글씨들이 흘러내리면서 너의 글씨만 남았다이게 너의 영수증이구나네가 버린,

네가 버린 영수증이구나중얼거리면서 지난날의 과소비를 후회하듯이어제는 네가 버린 영수증을 들고.

방을 치우고커튼을 개키고빵을 먹고울고게웠다.

눈금실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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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

어제가 오늘이 될 수 없음에 괴로워했어 그저 흔적을 좇기에 급급한 사람이라서 발 밑에 남아 흐르는 것이 무엇인지는 생각하지 않았어 피부가 눈물을 흘릴 수 있다면 피와 땀과 살 대신에 그것이 흘러 넘치길 바라, 시계는 어떤 방향에서 보아도 같은 방향으로만 도는 것 같아서, 그러한 사실이 이 모든 것을 뒤엎어주었으면 했는데 내가 멍청한건지 손에서는 계속 초침이 흘렀어 째깍거리는 소리가 나고그 때의 너를 너로 만든 것은 무엇일까 생각했지 아직 괴로움에 아무것도 알 수 없지만꿈이라는 것은 왜 이토록 잔인해서지나간 상념마저 떠오르게 하는지나는 무언가를 부숴트리는 일에 골몰하고, 그것으로 인해 내가 모두 망가져버려도 괜찮을 것 같다는 착각에묶여있었지다만 혼란해진 채도, 그것을 바라지 않았다고 변명해보아도손 안에 남아있는 건 끈적한 푸른색그러니까 이것은 매우 오래된 이야기라는 것이다 당신이 우리를 알지 못했을 그 때의 이야기손을 덜덜 떨어도 알 수 있는 것은 살아있다는 감각 밖에 없고조언 따위는 모두 묵살시키기로 하였다 평생 의미없는 이름만 외우다가 바스라지더라도눈을 감는 것은 먼 미래의 일 방조는 안심과 맞닿아있다영원함을 빌미로 웅성이는 영원에 대해 생각한다울렁거리는 마음은 왜 항상누군가에게 닿을 수 없나

  • 눈금실린더
  • 2024-06-27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콘텐츠 입니다. 체리콕, 날씨 흐림

사랑은 병이고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무의미에 지나지 않아선이는 그렇게 말했다 꼭 우리를 금방이라도 유기할 것처럼왜 그렇게 말해?손톱 끝을 계속 틱틱거리며 부딪힌다왜그렇게왜?틱틱틱틱틱틱틱틱뜯어진 손톱 거스러미 사이로 앵두색 피가 뚝뚝 떨어진다손톱을 사랑하면 결국 피가 나는 것과 같아모두 버리면 버릴 게 없어진다는 건 몰라너를 바라볼 때마다 하늘에 낀 먹구름이 더 짙어지는 것 같다는 건 내 착각이 맞고먹구름흘러 내리면 까만 비가 되는 걸까눅눅함선아 너 오늘 따라 왜 그래 나는 말하지 못했다 버려지는 게 무서워서구름과 피가 섞이면 진득한 자국이 남을 것만 같아서 두렵다비는 그치기 일보 직전이지만톡톡톡물방울이 터지는 소리만 들린다 그것은 내 귀가 느끼는착각이 아니다

  • 눈금실린더
  • 2024-06-22
침식

우리의 시작이 하나였다고 말했다. 같은 모습을 하고 있잖아. 짧은 발과 무거운 껍질이 우리가 하나라고.얘기하고 있어. 그런 말을 할 때 너의 눈은 맑게 변하지, 나는 문득숨이 막힌다는 기분이 들었는데... 적응할 수가 없어요? 단순히 던진 말에 눌려서는 흐느적거리고. 이곳이 긴 바다의 끝이라고 말한다. 손가락에 희미한 소금 냄새. 온통 모래뿐인걸요. 혹은 말라붙은 물고기 떼만가득하다. 그게 같은 거라고 부어가는 부리를 내밀어도 다르다는 걸 확신할 뿐이었어. 미안해. 아가미에서 폐로 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분. 거품이 인다. 모래가 물로 변하는 것을 느끼면서.안녕.

  • 눈금실린더
  • 2024-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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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금실린더

    2월에서 3월 경에 작성한 시입니다. 산문시를 적고 싶었었는데, 지금 보니 아쉬운 부분이 조금씩 눈에 띄어요. 조만간 퇴고를 해서 업로드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각 문단 사이에 간격을 주는 편이 좋을까 싶기도 한데... 역시 고민해봐야겠어요 (´・.・`)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3-12-29 22:19:57
    눈금실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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