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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 작성자 가엘
  • 작성일 2023-12-13
  • 조회수 836

1.

 이따금 겨울이 되면 사무치게 가슴 아픈 날이 있다그런 날들이면 나는 어쩔 줄 몰라 옥죄이는 가슴만 부여잡으며 앓는다.

하늘에서 시린 눈 한송이조차 내리지 않는데 내 마음 공간에는 얼어붙은 눈이 무릎께까지 쌓여 있기에 그 차이가 날 아프게 만드는 걸지도 모른다.

마음 공간에 쌓인 눈이 나를 괴롭게 하는 걸 알지만 나는 눈을 치울 수 없다아니치워본 적이 없다.

눈이 쌓이지 못하게 막으려는 노력은 포기한 지 오래이다.

새로운 눈이 쌓일 때면나는 두려운 눈으로 한 걸음 물러나 지켜볼 뿐이다.

어느새 이리 쌓였나중얼거림은 입김이 되어 눈 속에 파묻힌다.


 

2. 

 녹을 거라고 생각했던 눈은 녹지 않았다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굳어진 그 눈들은 이제 마음 공간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익숙하다 느껴도 갑자기 찾아오는 아픔에는 언제고 앓는다.

누구 날 도와줄 사람이 없을까.

때때로 의미 없는 말을 내뱉는다허공에서 사라질 걸 알면서도.



3. 

 이제는 눈이 가슴께까지 차올랐다. 나는 눈 속에 파묻혀 나오는 법을 잊어버렸다

이 상태로 며칠을 있었던가.

 


4. 

 한기가 서려있는 마음 공간 위쪽에서 따뜻한 무언가가 내 코에 떨어졌다.

이게 무엇이지?

오랫동안 눈의 한기만을 느꼈던 나는 곰이 동면에서 깨어나듯 천천히 알아챘다.

눈이 녹은 거야.

저 깊은 곳에서 무언가 울컥거렸다눈에서 여러  섞인 감정이 흘렸다



5. 

 눈이 모두 녹은 마음 공간.

나는 사무치게 가슴 아프던 지난날들을 떠올리며 온기가 도는 마음 공간을 둘러보았다

고인 물웅덩이 속 나를 부르는 빛이 손짓하는 것이 보였다. 

나는 눈가에 고인 반짝이는 눈물을 훔치고 걸어갔다시린 기억들로부터 나를 구원한 그 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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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콘텐츠 입니다. 끊어지는 기억에서

젖었다가 마른 휴지처럼 일그러진 모습으로나는 무감각이란 호수에 몸을 던졌다. 망막을 뚫고 들어오는 물에 눈을 맡긴 채상에 맺히지 못한 것들을 반사라는 이름으로 흘러 보냈다 난 무엇을 간직하고 있던 걸까모조리 풀리는 기억이 금세 형체를 잃고 영영 사라지는 중에나는 이상한 생각을 했다 기억에 다시 손을 뻗고 싶다는명치깨가 아팠다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굳고 풀리길 반복하며 일그러짐으로 정의되어내가 가진 기억은 내게 어울리지 않았다 난 감히 얕은 호수에 손을 뻗지 못했다.이미 내 정신은 물속에 잠겨 사고하지 못하게 된 지 오래기에 물 속에서 모든 감정은 제 빛이 풀어졌고나는 사라져 가는 감각의 형체를 볼 수 있었다이제는 모르는 감각들이 눈앞을 스치고 동심원이 몸 위에그려지고 흐려지다가 사라졌다

  • 가엘
  • 2024-06-25
하늘의 크기

문득 깨달았다손을 뻗으면 하늘이 다 덮였던 것은사실 하늘이 내 손만해져서 나와 맞닿았기 때문이었단 걸멀어지는 거리만큼 작아지는 것들,그러나 하늘은 멀어질수록 더 커지기만 한다커지고 커지고온 세상을 덮고도 더 커지는그 아득함에 손을 대어 본다새의 날갯짓을 닮은 날카로운 구름이 스친 곳에서하얗게 응고되는 것들에 손을 대어 본다그 작은 손짓에도금방 몸을 굽히는 하늘여전히 손에 들어오는 하늘에내가 널 잘 몰랐구나 하고 말해본다

  • 가엘
  • 2024-06-16
다른 사람은 날 ‘점’으로만 볼지라도  

세상이라는 그림 속 나라는 점 하나 나로 이 그림이 완성되었어 내 존재 자체만으로 날 사랑하시는 분에게나는 점,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 존재지 하지만 나는 날 이 세상의 오점이라고 생각했어내가 너무나 이 세상과 어울리지 않아 보여서 그렇지만 화가는 작은 점 하나도 절대 그냥 찍지 않아나는 날 그리신 분에게 그냥 지워져도 상관없다 여겨지지 않아 내가 없으면 이 그림은 완성되지 않아다른 사람은 날 ‘점’으로만 볼지라도날 만드신 분에게 난 이 그림에서 꼭 필요한 존재니까 난 이 세상의 오점이 아닌 거야어쩌다가 찍혀서 그림을 망치는 점이 아닌 거야 내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점이라고 느껴질 때사랑을 담아 날 보시는 그분을 기억하자 내게 이 세상을 살아갈 이유가 되시는흔하디 흔한 점이었던 나를 이 그림의 마침표로 바꿔준 그분을

  • 가엘
  • 2024-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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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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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16 22:14:59
    가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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