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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야

  • 작성자 김백석
  • 작성일 2023-12-13
  • 조회수 449

비둘기야 





“마음은 빈거라는 생각이들어”

비둘기의 눈을 보고 말했다

또박또박한 어조로 

외면하기 힘든 언어로


그래서 비둘기는 날아가 버렸다


이유를 알수 없어 멍하니 너를 쫒는 나를 두고

깃털 몇장이 하늘에서 떨어진다

지독하게 꾸리한 냄새가 났다



나의 말이 그렇게 혐오스러웠던가 

구름한점 없는 하늘을

한줄기 빛도 막을 수 없는 하늘을 

막연하게 날아가 버릴 정도로. 


징그럽게도 매정하구나 

 

나의 언어는 이제 의지를 상실하고

모든 말을 삼키리


‘역시나 마음은 빈거다’

아무도 떠나가지 못하게 

겨우 가슴으로 속살거린다 


가슴이 떠나갈까 두려워 

나는 고개를 숙인다 


단풍잎이 총총 쌓여 있었다 

송송 구멍난 가을들이었다 


“가을이었지” 

혼잣말을 내뱉어 버렸다 


아 바람이 분다

차가운 가을 바람이 분다 

이제 너희도 나를 떠나가나.


그러나 가을은 서로의 손을 잡으며 떠나지 않는다 

가을 바람은 단지 은행 열매를 품는다 

바람에서 꾸리한 냄새가 났다 


시원한 바람은 한톨 남은 여름을 씻기며

여름같은 우울을 흩는다 


문득 웃음이 난다 

은행열매같은 웃음이었다 


비둘기가 가르고 지나갔던 가을.

그러나 비둘기처럼 떠나지 않았다 

북극성처럼 사라질지언정

없어지지 않기에 


비둘기가 떠나 비어버린 그곳. 

어느새 꾸리한 냄새가 난다 

떠났기에 비로소 난다 

깃털의 냄새가 아닌

그래, 가을의 냄새로. 

빨간색으로 점철된 

노랑색이 약간 흩뿌려진 

구멍도 송송나고 냄새도 그닥인 

그 가을이었다.


김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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