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나쁜 말

  • 작성자 가로밑줄
  • 작성일 2023-10-28
  • 조회수 417

악의가 있다

입맞춤은 입을 씹어먹는 악취가 진동한다 길고 가느다란 입술 위에서 끝없이 길어지는 

봄에는 풀들에게 부풀도록 설득하는 작업을 하는 어머니와

초저녁의 낙엽이 굴러가는,

걸어가다가 소실점으로 사라져버릴 친구와 나는 

기한을 넘겨 반납할 수 없는 슬픔과 연체된 부끄러움으로

죽일 것처럼 악의로 차있다

사랑을 쥐고 버튼을 누르면 칼날이 튀어나오게 되어 있어 너는 말하고

쥐면 터질 것 같은 비둘기들은 심장 역할을 하고

손에는 손가락이 더 돋는다 네 목을 더 확실하게 잡을 수 있게

뱀같은 숨을 느낄 수 있게

그냥 닥치고 있어

우리는 말할 수 없어


가로밑줄

추천 콘텐츠

흔적

손이 큰 여자다훼손된 몸을 끌어안고 졸음을 견딘다 컵에는 지문이 묻는다 컵 속에는내 손가락을 해석하고 들끓어가는 어두운 유전자가 샘플처럼나는 하품을 한 뒤에 갑자기 눈물을 흘린다 견딜 수가 없어 자라나는 손가락은 귀와 눈에 나뭇가지처럼 데롱데롱여자에게 일러둔다, 뿌리까지 뽑아야 해지독한 목감기로 붉게 부푼 초가을 속으로 도망간 노예처럼 기다란 팔을 집어넣고두루마리 휴지처럼 토해내버려, 쭈욱전부 컵에다가, 납득시켜버리라는 듯이 컵 속에는 내 더러운 지문을 해독하고 들끓어가는 어두운 유전자가 개미처럼알을 까놓지여자에게 변명한다. 그건 내 심장이야컵의 내용물을 마시고 마셔도 가시지 않는 갈증의 정체는 내 손가락이 입을 헤집어놓는 구역질의 (무엇을 토해내고 싶은건지 모를) 훼손된 몸을 끌어안은 여자의 커다란 손은 길고 둥근 등골을 쓰다듬는 종류의 일으킴회개는 심폐소생술아주 차가운 복통을 앓는다사라지기 전에, 컵을 내려놓는다

  • 가로밑줄
  • 2023-10-28
외모

치과의사는 화장을 가르쳐준다 그녀의 눈꺼풀의 움직임이 나를 훼손시킨다 우선 눈을 깊숙이 눌러 없애니 작은 고뇌에만 틀어박힌 시선은 어둠만 쭈욱 바라보다가 깜빡할 사이에 멀어버리고 거울 속 나는 그제서야 거울 바깥의 내게 붙잡힘 없이 마음 놓고 넘쳐나와 다정한 죽음을 준비한다 또 열이 나면 다정한 목소리는, 귀에다가 열을 잴 때에는 귀 뒷쪽을 재야지라며 온도계로 귀를 후비고 달팽이관에 이르러 바늘처럼 가늘어져 나선으로 굽어 전두염 속 눈알을 마주봐 (벌써 떫어진 농담처럼) 끝과 끝을 맞잡고 악수한다 빠져나올 때 이미 귀는 없어져 있었다 코는 먹었고 손수건으로 입을 문질러 지운 게 후회된다 켜진 가로등 아래 잠든 중고차 앞좌석에는 입냄새가 난다 뒷좌석에는 꿈벅꿈벅 졸음 짓는 큼직한 치과의사가 울상을 짓는다 어릴 때 등골이 오싹해지던 그 하얗고 가느다랗던 손은 입 대신 배꼽을 깊숙이 쑤신다 (뱃속에서 분실된 이빨 대신 아이를 꺼내는 모양이다) 자세히 보면 치과의사는제 입술끼리 맞물어 동성애자가 되는 것처럼 보인다 혓바닥엔 꽉 물었던 어금니가 덩그러니 뽑혀 있다 윗니를 끄집어당기면문질러 지워진 입도 되돌아올까 싶어 친구에게 전화했지만 안 온다 (어떻게 만났어도 설득하지 못해 사라졌을거라면서) 입은 무릎처럼 굽지 않고 구부러진다 동성애자처럼 시간은 길고 어머니는 들러서 기지개를 펴준다 귀 눈 코 입 없이 달걀같아진 머리를 벽에 찌뿌려뜨려도 질기고 질긴 밤은 끊길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동성애자의 반대쪽 입이 토로한다 꼴뵈기 싫은 인간이야 끝내 입은 커다랗게 입을 삼키지만입이 없어도 나는 이빨을 뱉는다 그제서야 치과의사는 이쁘다고 입을 맞춰준다. 여전히 아이는 없다.

  • 가로밑줄
  • 2023-10-18
사람

연필깎이 속을 들여다본 거기엔 내가 있었습니다그 후로 끄적여본 지가 몇년이다 서른까지는 죽을 거라던 고등학생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도로에는 차들이 사람을 치고 간다 사람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혓바닥과 맞바꾼 마음처럼 가만히 몸을 웅크리고피켓 들던 나는 언젠가 피켓을 들어야지 사람이 된다며얼어죽은 혀를 녹여키스처럼 내 선생은그림 속 그린 새 알에서 태어난 개미햝기도 그려놓지 길고 가는 혀를 내밀면다시 사람처럼 연필을 쥐게 돼있어사람을 입으로 부풀려놓고 뻔뻔히 물러선부푼 사람이 놀이터에는 싸구려 공처럼 굴러다녀 넘어진 아이는나쁜 아이까진 무릎에 짓궂게 약을 발라놓지그러면 사람은 거기에 멈춰서팔다리와 눈 코 입을 다 큰 아이들이 떼어가고가만히 서서언젠가 퓰리처상을 탈 사진가가 자신을 피사체로 삼아주면그제야 안면 근육을 움직여서결코 남부끄럽지 않은 연필깎이가 되어서연필을 넣고 돌립니다턱을움직여서 씹습니다

  • 가로밑줄
  • 2023-10-10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