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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결핍

  • 작성자 가로밑줄
  • 작성일 2023-10-10
  • 조회수 407

오후에 공을 찼다


샌드위치를 먹고

친구를 두고 왔다


성숙해진 혀를 꺼낸다 이른 노을에 깔려 죽은 

들개의 길쭉한 입에 아직 뜨거운

부르짖음이 남아있고


친구의 팔은 짧았다 새의 아랫배에 해부도를 그려넣을 때도

조심스럽게 

펜촉에 깃털이 찢기지 않도록 섬세하게, 흐린 치타처럼

견뎌내지 못한 속도에 늘어져가는 세계를 슬프게 부모라고 부르며


해는 손가락 너머로 줄곧 내려간다 

친구는 죽은 걸 내려놓지 못해 

굽은 두 팔에는

유통기한 지난 가느다란 문장들이 메이크업을 마친 시체처럼 가득해


친구를 두고 왔다  

샌드위치를 두고 비위가 상해버렸다


그만큼 어리고

기가 죽은 친구는 멋이랄 게 전혀 없고

노을에 깔려 죽을만큼 연약한 개의 세상에 갇혀

멈춰있고


친구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정물화처럼 멈춰있는 친구를 만져 깨울까 고민하다가

나처럼

놔두고 갔다고 하여 


겁에 질린 시곗바늘은 12시를 수없이 스쳐 지나간다 거울은 거울을 비추는 거울은 거울을 비추어 두 팽팽한 세계 사이에 가만히 서있던 친구는 주욱 늘어나는 작업을 거쳐 즈려밟힌 솜사탕을 닮은 슬픔도 미미하고 머리로부터 뚝 떨어져 나온 바람 빠진 공은 잘도 굴러가서 출근하는 프랑스인들을 지나쳐 내 발치 앞에 다가앉아서


멀리서 보면 바람 빠진 공이 내 앞에 도착했을 뿐이라서


오후였다


늦게 온 나는 칼로 껍질을 허물고

2023년 10월 9일

친구의 옷을 벗겨준다


가로밑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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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로밑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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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로밑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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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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