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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 작성자 쓰다
  • 작성일 2023-09-16
  • 조회수 473

나무에 매달린 나뭇잎이 

제게 쏟아지는 빛을 한움큼 떠서

저문 달의 발치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계절이 가면 지는 플라타너스 나무의 커다란 잎은

빛을 안고, 떠서 저보다 더 큰 달에게.

사철 한 계절에 머문 것 같은 소나무의 잎은

빛을 떠보려다가, 안아보려다가


힘 바짝 준 끄트머리에 간신히 방울져 매달아서

달의 눈 언저리에 콕 찍어준다


그러면 달은 발치에  놓인 빛을 딛고 오르겠지

어둡게 꺼진 겨울 밤하늘에서

갈빛으로 변해 떨어진 플라타너스 잎을 보면서


달의 눈 밑에 찍힌 점은

그대로 눈이 되어 내리고

그것은 다시 창틀로 앉아

놓인 만년필 위에 방울로


바라보는 소나무의 시간은 여전히 빛 가득하던 봄이다

가는 줄 모르고 사색하던 나무는 온도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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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누각

나뭇잎이 나무에서 떨어지면 그건 낙엽이지 나뭇잎이 아니다행성궤도에서 일정 부분 이상 멀어진 천체는 그저 소행성일 뿐 위성이 아니다고이 접어 날린 종이비행기는 허공을 부유할 때나 종이비행기이지 떨어지면 그저 휴지조각,노래는 누군가 들어줄 때서야 음악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소음일 뿐.건네는 마음은 상대방이 마음으로 바라봐주어야 마음이 되고그렇지 않으면 부담으로 남는다.정의한다라는 영역에서 벗어난 것은 없는가?이를테면 심심한 내적 사유와 같은 것.배가 고프다는 생각이나 갑자기 하늘에 용이 나타난다면, 또는 이 교실에서 폭죽이 터진다면 과 같은앙상한 나뭇가지에 메여있는 컨버스나 하늘로 올라간 풍선이 나비를 닮은 것과 같은.누군가의 시야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것들, 정답이 없는 것.꿈에 피에로가 나왔다그는 나에게 풍선을 건네주었고나는 풍선을 타고 하늘을 날았다익숙한 불빛도 사람도 집도 없는 완벽한 허공은날카로운 바람과 함께 포근했다역시나 역설적이게도.

  • 쓰다
  • 2023-10-05
검은 눈

계절을 지나다가 문득돌아가는 시계를 보다가 문득아침 양치를 하다가 바라본 뉴스를 듣다가 문득그렇게 하루에도 수십번씩 스쳐지나가는 나의 검은 눈이웃고있는나를바라보는검은눈이,울고있는나를보는검은눈이,분노하는나를보는검은눈이...그 수많은 증오들, 증오, 편견, 눈물, 우울... 그 밖의 모든 것들.하루에도 수십번, 길을 걷다가도 갇히는 한평의 작은 방.창문도 없는 방안에서 일분이 십분이되고 십분이 한시간이 그렇게 하루가, 일주일이, 한달이, 일년이...그렇게 침잠하는 우울이시달리는 참회가누군가의 여전한 검은 눈이왜 끊긴 삶을 애도하는가, 왜 누군가의 죽음을 추모하는가, 우리는 이미 없는 것들을 바라본다죽은자들을 위한 수백개의 검은 눈은 깃발을 나부끼며 거리를,살아있는자들은 여전히 검은 한 평의 방안에서 끊임없이....검은 눈을 하지 않은 이들은 검게 칠해지고 이내 스스로 붉게, 그렇게 그들은 누군가의 검은 눈을 바라고, 그렇게 또 끊기고, 돌아오지 않고, 사라지고, 줄고, 죽고. 그렇게.엄마, 엄마. 나는 하얀 눈이고 싶은데, 그런데 내 마음엔 검게 증오가 가득해서, 그것을 내버려둘 수가 없어서.모두가 검은 것을 질타하면서 되려 검은 눈을 숭배하고, 추모하지 않는 이들은 나쁜 것이고삶은 좋은 것이지만 다수가 죽을때 살아있는 것은 죄악인 것이고그렇지만 검은 것은 가끔 하얀척을 하고 사랑하는 척을 하고그것이 거짓말인 것을 알면서 또다시 검은 눈을 애도하고...엄마, 검은 것은 나쁜 것인가? 그럼 흰 것은?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고 배웠는데 침묵하는 것은 긍정인가? 삶은 긍정인데 왜 죽어야해? 우리는 왜 살아남은 이들을 증오하나? 엄마, 어머니. 길을 잃은 분노는 어떻게 해야하지? 무지한 것은? 나의 분노는 나쁜 것인가?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회색은? 그것을 우리는 뭐라고 불러? 거리의 사람들은 작은 점을 보고 검다고 하는데, 사실은 하얗다면? 그건 검은것인가?겨울에는 하얀 눈이 내린다. 머리위에는 하얀 눈이, 검은 눈에 비치는 하얀 눈이 잠시 하얗게 보였다가이내 거리에 앉으면 다시 검게 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그야, 우리는 모두 검은 눈이니까. 검은 눈. 지워지지않는 증오, 우울, 분노, 침잠... 그런 것들.

  • 쓰다
  • 2023-09-19
고백

어떤 말은 지나치게 간결해서거대한 마음의 무언가를 담아내지 못할 때가 있다또 어떤 말은 지나치게 길어서엉킨 실타래를 보이지 못할 때도쉽게 내뱉지 못한 말은 속에서 정제된다어미새가 아기새에게 먹이를 기꺼이 토해내듯동그랗게 빚어진 말은한참을 입 속에서 굴러다니다이내 까끌해진 치아를 벗어나 사이로 툭.공들인 보람 없게 힘없이 툭. 그렇게 툭.안에 든 말이 너무도 무거워서차마 닿지 못하고 바닥에 떨구어지는 그 수많은 말의 구체너의 곁에 서서 널 바라보는 내 입은 한없이 거칠고그에 반해 떨구어지는 동그란, 그런 것들,그런 말들

  • 쓰다
  •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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