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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의 불꽃(靴の花火)

  • 작성자 젖은 바위 위의 나뭇잎.
  • 작성일 2022-11-07
  • 조회수 449

내 잘못이라고.

불화를 만들지 않는 말.

상처를 내가 먹어버리면.

 

그 말버릇이 벌써 3년째.

스스로를 혐오한 커터칼.

내가 소심해진 이유.

 

하지만 나는 이미 알았던거야.

2년전 그때부터. 너와 헤어질때

끄적였던 하나의 글. 소설 사이에 껴있던.

 

다시 읽고 이제야 깨달았어.

내 마음도 변했었구나.

나도 더이상 너를.

 

미안해. 어리석었어.

네 말대로. 이제 나 여기

당당히 서서 침대 속 나에게 외칠게.

 

아직 너를 좋아한다는건 전부 미련이었어.

내 꿈에 나온 너와 내가 적은 연시들까지도.

그렇게 반성하고 후회했지만 정작 내가 잘못한건 없었어.

 

그래, 좋아하는걸 쫓은게 뭐가 나빠?

이제와서 보니까, 뭐야. 나 연애 잘했었잖아.

정직하게. 누구보다도 인간답게.

 

그을린 해질녘 노을을 날아.

그 아래로 보이는건 너와 함께 있던

마을, 함께 걷던 골목들이야.

 

구두에 불꽃이 피어.

파랗게 작열하는 용서의 업화가.

이제야 작별인사를 할 수 있게 됐어.

 

잘가라고 웃으며 외칠 수 있게 됐어.

 

이 불꽃이 너와 걷던 거리를 모두 태우리.

괜찮아. 눈물까지 타버려서 보이지 않잖아.

드디어 울먹이는 눈동자로 웃어보일 수 있어.

 

(ヨルシカ - 靴の花火(구두의 불꽃)의 가사에서 착안했습니다.)

젖은 바위 위의 나뭇잎.
젖은 바위 위의 나뭇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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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욕

파괴하는 본능, 당연한걸까.   이건 시가 아니라 노래의 가사.   한없이라는 말은 얼마나 허황된걸까.   한계는 명확하니까.   칼로 책상에 글귀를 새기고 싶어. 핸드폰을 창 밖으로 던져버리고 싶어.   내 핏줄을 한번 꾹 눌러보고 싶어. 날카로운 무언가가 살갗을 뚫고 들어왔음 싶어. 너 도대체 뭐하는거야 소리를 들을 정도로 미친듯이 초콜릿을 입안에 쑤셔넣고 싶어.   한심한 내 자신을 처절하게 깨부수고 싶다고.   식칼을 씻어냈어. 씻어내면서 생각했어. 새파란건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구나.   그게 칼날이 되었던, 하늘이 되었던.   내가 항상 말하잖아. 하늘은 원래 평평했을거라고. 우리의 소리가 위로 올라가 저 하늘을 부풀린거라고.   하지만 그 하늘은 거짓이라고.   아주 차가운 냉수를 벌컥 들이키고 싶어.   이 꿈에서 깼으면 좋겠어. 아니면 차라리 내 꿈을 깨부숴주던가.   뭐가 됐든지 상관없어.   일단 부수고 보는거야. 우리는 한없는 종족들.   이 집은 너무 작아. 인간이란 말이야. 뭐라도 깨먹어야 해.   이젠 어쩔 수 없어. 그들은 스스로를 멸종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박차를 가하고 있으니까.   나도 흐름에 편승하고 싶은데. 아, 이 하얀 집은 언제나 커질까.   집이 커지면 말이야. 누가 줬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어쨋든 반짝이는 이 푸른 사파이어도 미천할 뿐인 돌덩이가 되버릴텐데 말이야.   어디 그뿐이야. 집이 커지고, 물건이 많아지면. 사파이어가 됐던, 루비가 됐던.   그래, 너가 됐던 말이야.   널린게 되겠지. 넘쳐버리겠지. 한 두개 쯤 부숴버려도 상관없게, 무가치하게.   그렇게 전부 부숴버리고 싶어. 바닥에 내리쳐서 산산조각 내버리고 싶어.   그래, 분명 그럴거야. 그렇게 모두가 가치없이 사그라져 가루가 되어버리면.   나또한 아무런 가치없이 사라질 수 있겠지.   나 혼자만 남아서 사라진 것들을 그린다는 더러운 결말 따위, 아니겠지.   아무런 죄책없이. 한없는 무한 속으로 모두와 함께, 침몰할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말이야. 그걸로 될텐데 말이야.   이 집에서 몇년을 더 어둠 속에 잠겨있어야 그날이 내려올까.   답답해. 지금은 못부수는거야? 다 하나 뿐인 것들이라?   왜 나는 이딴 집구석에서 태어난건지. 짜증나 뛰쳐나갔어. 현관을 걷어차고.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어.   초록과 녹색. 떨어지는 노을. 끝없는 복도와 문들. 잿빛의 아파트 단지.   그냥 지나쳐버리면 되는건데. 저 앞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부 내팽개치고 사라져버리면, 이 고통과 반복도 끊어낼 수 있을텐데.   나도 아직 이른가봐. 아직도 지나칠 수가 없더라고. 결국 다시 허리를 숙였어.   아저씨, 왜 또 여기

  • 젖은 바위 위의 나뭇잎.
  • 2022-08-17
나는 언젠가 이 시판을 뜰테고. 잠시동안 창공에 있을테고.

오랜 친구의 말버릇을 빌리기로 했다.   시는 불유쾌한 단어의 집합체. 약간의 인과관계를 생략한, 난해한 붓터치의 덫칠.   시집을 읽는다. 팔락 팔락 시간이 넘어간다.   결국 글귀만 남고 그 시 제목이 뭐였더라 하고 다른 시집을 집겠지.   시, 이형과 이질의 방법. 나는 스스로 시를 못 씀을 안다.   시인이란 참 아픈 사람들이다. 삶의 많은걸 지운다. 감정을 절제한다. 모호함까지, 안고 살아간다.   나는 인과율을 깨지 못한다. 내가 적는 시는 아무런 걸림없이 읽혀내려간다.   언젠가 진단서를 받을 때 의사가 그랬었나. 핏줄을 찾을 수 없다고.   스스로 시를 쓰지 못함을 안다. 그리 나와있었다. 진단서에는. 아찔한 비가 쏟아지던 그 자정에.   나는 언젠가 이 시판을 뜰테고. 오랜 흑연은 부러질 것이고. 그래서 펜을 든 인간은 되지 못할 것이다.   아쉽게도 한 지각에 오래 발붙일 순 없다. 그저 잠시 찰나, 공중에 떠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내 시의 제목을 봐줬으면 한다. 남은걸 설명할테고, 기억에 남았으면 해서. 다른 시인들을 바꿨으면 해서.

  • 젖은 바위 위의 나뭇잎.
  • 2022-08-04
종이더미 사이에 껴있던 글

역 앞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어.   아무도 없는 역두에는 우거진 수풀들과 풀벌레들의 요란스러운 구애소리 뿐.   나는 계속 이곳에 있었어. 나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전부 식물의 뿌리에게 먹혀버렸어도 말이야.   이제는 모르겠어. 진짜 열차가 오기는 하는지. 다 헤진 열차 시간표를 몇번이나 해독해봤는지.   부서진 자판기 속의 몇개 남은지 모르겠는 커피를 들고. 나는 시간 날 때마다 시를 썼어.   뿌연 하늘에는 물감을 부었고, 꿈 속에서 몇번이고 너를 껴안았어.   어쩌면 시가 부족한게 아닐까. 언젠가 내가 끔찍한 명작을 써내면, 두배는 방대한 규모의 시를 써내면, 그때야말로 열차가 오는건 아닐까.   미친 소리인거 아는데, 그것뿐이었어. 가만히 기다리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의미있고 값진 일이라는건 말야.   쓰고, 버리고, 쓰고 듣고 삼키고. 내게 더이상 시는 취미가 아니었어.   근데 있잖아? 어제 지붕 한쪽이 또 무너졌다?   시를 그렇게 써댔는데 말이야. 노래를 그렇게 불렀는데 말이야. 그토록 바람을 기다렸는데 말이야.   아직도 부족한거야? 어떻게 작은 떨림조차도 없냐고. 이제 나에게는 시간이 부족해. 언젠가 이 역이 무너지고 말거라고.   역 아래로 내려가 자갈 하나를 집었어. 시를 쓴다고 열차가 올까. 이 이끼 가득한 철로를 해치고.   싸늘하게 식은 철로, 멈춰버린 시계, 깨져버린 전등, 어제 무너진 한쪽 지붕, 다 부서져가는 플라스틱 벤치, 그 위에 쌓여있는 종이들.   언젠가 신의 눈길이 이곳에 닿았으면 해. 텅비어버린 이곳에 이상함을 느낀 신이 확인 및 관리차 한번 내려왔으면 해.   만약 쌓여있는 이 종이더미에서 그 전지한 능력으로 정확히 이 페이지를 발견했다면 축하해.    내가 수년동안 끄적인 종이들을 읽으면서 니가 인간을 얼마나 무능하게 만들었고, 그런 인간에게 어떤 시련을 내렸는지 찬찬히 느끼고 생각해보도록 해. 가슴에 새기라고. 굉장히 자세한 평점이니까. 잘 읽어보고 언젠가 다음 세계를 만든다면 참고해.   나는 이미 떠났어. 니가 준 여리기 짝이 없는 두 다리로, 니가 정신나간 거리에 배치해둔 내 목적지를 향해. 시를 적다보니 깨달았어.   내가 원한건 니가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는 열차, 꿈에서도 듣지 못한 기적소리 따위가 아니야.   열차의 빛을 원했던게 아니었어. 그래, 도시의 빛을 원했어. 저기 너머에 있는거잖아 그지?   빛을 기다리는 장소는 빛을 받지 못해 무너졌어.   나는 시인이 되려한게 아니었어. 실제로 내 시로는 아무것도 못했잖아.   스스로 불을 들고, 굴레를 떠날거야. 혼돈을 딛고 나아가서, 언젠가 펜을 버리고, 기대해, 언젠가 니 앞에 설거니까.   도심 한 복판, 그 창공에 열차를 불러낼 수 있는, 너에게 이 세계를 다시 만들게 할 인간이 되어서.

  • 젖은 바위 위의 나뭇잎.
  • 202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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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해주

    안녕하세요, 젖은 바위 위의 나뭇잎님. 시 잘 읽었어요. 화자의 독백을 통해 화자가 처한 상황이 매끄럽게 잘 전달되고 있네요. 노래가사로부터 영감을 받아 창작을 한 것도 좋은 시도입니다만, 전체적으로 시라기보다는 가사 같은 느낌이 들어 시로서는 아쉽습니다. “구두의 불꽃”을 보다 선명한 이미지로 형상화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2022-12-03 22:37:32
    조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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